(피플)'진짜 중국통', 대륙 투자의 핵심을 읽는다

고정희 한화자산운용 차이나에쿼티팀 매니저
해외 채용 1기로 입사…본토펀드 직접 다루는 유일한 중국 국적 운용역

입력 : 2015-07-01 오전 11:00:00
최근 증권·운용 업계에서 '중국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한화자산운용에서 주식 운용을 맡고 있는 고정희(Gao Zhengji)(사진) 매니저다.
 
고 매니저는 베이징대학교를 졸업한 인재로, 지난 2008년 국내에 불던 중국 투자 바람을 타고 한화그룹 '해외 채용 1기'로 입사한 중국 국적 운용 인력이다. 최근 중국 투자가 재조명받고 있는 여의도에서 중국인 애널리스트를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중국본토펀드를 직접 다루는 중국인 운용역은 고 매니저가 거의 유일하다.
 
중국에서 충분히 취업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국으로 건너온 이유는 뭘까. 고 매니저는 "자본시장, 특히 자산운용업은 한국이 중국보다 많이 앞서있다고 판단했고, 선진 시장에서의 경력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금융투자업계가 그에게 거는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이 시행되는 등 중국 자본시장 문이 외국인에게 빠르게 열리기 시작하면서 중국을 제대로 아는 '진짜 전문가' 찾기가 더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고 매니저는 중국 자본시장이 개방을 시도했음에도 외국인 투자 비중은 아직 2%에 지나지 않고, 여전히 개인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 개방으로 기관투자자의 투자 규모·비중도 확대돼 이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어떤 부서에서 일하고 있나.
 
▲한화자산운용의 차이나에쿼티(China Equity) 운용팀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중국시장 전문 운용팀인데, 22년의 경력을 보유한 책임운용매니저인 박준흠 상무를 포함해 총 6명의 중국 전문가로 구성됐다. 국내에서 최초로 적격외국기관투자자(QFII) 자격을 획득해 지난 2008년 7월 A주 펀드를 론칭했고, H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지난 2007년에 설정돼 우수한 장기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차이나에쿼티 운용팀은 현재 A주와 H주 펀드 각각 3개씩을 모두 직접 운용하고 있으며, 나는 이 팀에서 A주 종목 리서치와 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펀드를 위탁하지 않고 직접 운용하는 점이 특이하다.
 
▲한국, 대만 등의 자본시장이 개방됐을 때 외국인들은 자체적인 리서치를 바탕으로 해당 증시에 대한 직접투자를 많이 시행해 왔고, 이러한 글로벌 선진금융기법과 투자 철학은 우수한 장기성과로 이어졌다.
 
중국도 자본 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 있다. 중국 증시 투자를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자체적 역량을 육성하고 강화해 직접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통제하는데 유리하고, 투자자들에게 더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직접 운용은 위탁보다 더 투자 노하우 축적에 유리하며 장기적으로 우수한 운용 성과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H와 A주 펀드 모두 지난 2012년 중반 직접운용체제로 전환한 이후 투자자들에게 더 좋은 성과를 가져다 줬다.
 
-운용 중인 중국펀드의 강점은 무엇인가.
 
▲3개의 A주 펀드는 모두 2012년 5월부터 개별 종목 위주의 액티브 운용 체제로 전환한 이후 지난 3년간 86.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이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소비시장으로 꼽히는데, 우리도 중국 정부의 정책수혜주, 내수 우량주, 성장성 대비 저평가된 종목 위주로 발굴해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현지 정보를 글로벌 시각과 접목해 투자 검토를 진행 할 수 있는 점도 우리 회사 중국펀드만의 강점이다. 중국인인 나를 포함해 우리 팀 구성원들은 모두 현지 교육, 연수, 생활 등 다양한 중국 관련 배경을 갖고 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중국 언론 보도 및 리서치 자료 습득과 미팅·탐방을 통한 상장사와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양한 시각에서 정책·산업의 흐름을 읽어나가고 중국의 각 산업 트랜드를 파악할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 차이나에쿼티팀. (사진/한화자산운용)
 
-현지 사정에 밝은 만큼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 남다를 것 같다. 최근 중국 증시가 조정 받고 있는데 향후 시장 전망 어떻게 보나.
 
▲지난 2010년부터 3년 연속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중국 증시는 작년 하반기 이후 100.3% 급상승했다. 이에 따른 변동성 확대 우려와 이익실현 수요로 최근 기존 중국 펀드들에서 환매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중국 투자는 여전히 중장기 포트폴리오 구축에 꼭 필요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간 중국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요인에 아직 큰 변함이 없다. 실물 경기의 급격한 개선이 어려운 가운데, 시장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고 부동산·예금자산의 투자 메리트는 떨어진 상황이다. 정책적 모멘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올해는 중국의 향후 5년 중기 성장전략인 '13차 5개년 계획'이 지정되는 해이며, 고용을 확보하고 경제를 안정화시키려는 정부의 정책 강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증시의 버블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데.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상하이지수, 선전지수, 창업판지수의 1년 수익률은 각각 105.7%, 131.7%, 110.69%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 자산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버블 논란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현재까지의 상승률을 보면, 미국, 독일, 일본 등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국가들의 증시가 40% 내외 상승했음에도 7%대의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증시는 오히려 20% 하락했다. CSI300지수의 지난달 26일 기준 추정 주가수익배율(포워드 PE)도 16.4배로 아직 버블이 과하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중국이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비한 자산운용전략이 있나.
 
▲선강퉁이 시행되더라도 포함 종목들의 전체적인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선전지수와 창업판지수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포워드 PE 기준 각각 36배, 60.5 배 수준이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의 대규모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전 시장 상장 종목 중에도 일부 소비재 종목들은 시가배당률이 높고 밸류에이션이 10배 내외 수준으로 낮아 이들 종목들의 자금 유입이 후강퉁 때보다 더 집중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이런 종목들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편입비를 높게 가져가는 중 이다. 
 
홍콩에 상장된 중소형주의 경우,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같은 업종 대비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크다. 따라서 선강퉁 시행 시 중국 본토 종목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대안으로 홍콩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H주와 고배당펀드에서 관련 종목을 발굴·편입하고 있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이에 따른 한국 시장의 영향도 궁금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중국을 신흥국 지수에 편입하지 않기로 했지만, 중국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출입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언제든 편입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MSCI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국의 증시 개방과 외국인 참여 확대 방향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향후 중국 증시의 MSCI 신흥국 지수 편입은 다른 신흥국 비중 축소를 의미하는데, 이는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 한국에 다소 부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종목별로 보면, 중국기업 대비 아직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한국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한 한국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투자 메리트가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적극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한류 영향을 고려해 컨텐츠 등 영역에서 한국 기업과의 인수합병 및 제휴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타지에서 바라보면 중국의 변화들이 더 확연히 눈에 들어올텐데.
 
▲2008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느꼈던 점은 물가가 높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중국에 갈 때마다 쇼핑을 해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일선도시의 체감 물가 수준은 한국보다 높다. 작년부터는 쇼핑과 여행을 목적으로 오히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친구들이 많아져 내 지갑도 얇아지고 있다. 중국의 소득 수준과 소비 성향에 큰 변화가 나타났고, 소비력이 커지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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