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정유사별 주유소 및 대리점 공급가 공개 정책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행 첫주 공급가가 일제히 내려 '경쟁 유도를 통한 가격 인하'라는 정책효과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불과 한주만에 각 정유사의 공급가가 상향 평준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서로의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가격을 올리는 새로운 형태의 담합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두번째 정유사별 공급가 공개 결과 첫번째 공개 당시보다 공급 가격 평균이 19.19원이나 올랐다.
SK에너지는 전주 1397.89원에서 1429.27원으로, GS칼텍스는 1416.30원에서 1434.81원으로, 현대오일뱅크는 1413.79원에서 1429.12원으로, S-Oil은 1416.35원에서 1427.90원으로 각각 공급가격이 올랐다.
두번째 가격 공개 결과를 두고 정유업계에서는 “공급가가 가장 비싼 정유사와 가장 싼 정유사의 가격 차이가 한 주만에 18원에서 7원으로 줄어들었고, 가장 비싼 정유사와 싼 정유사의 순위가 바뀌었다”며 “정보 공개를 통해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한 정부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이런 분석이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유가나 환율 변동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값이 크게 오르면서 격차까지 줄어든 것은 정책이 거꾸로 가는 증거"라는 주장이다.
한국YMCA 관계자는 “정유 4사의 가격이 평준화된 것을 놓고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일주일만에 높은 가격으로 수렴된 것은 정책이 오히려 서로의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가격을 올리는 새로운 형태의 담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도 “가격공개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실제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공개 2주째이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는 이르지만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5월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국제유가 및 국내 제품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제품 가격 오름세가 5월15일 가격 공개에 반영돼 공급가가 오른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은 구체적인 반론을 내놓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15일 공급가 산정 기준은 5월3~9일까지의 공급가이고, 국제유가와 국제현물시장 가격이 공급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2주 이상임을 감안할 때 5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약보합세를 보이던 4월 국제유가가 반영된 것"라며 "여기에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효과를 더하면 한 주만에 공급가격이 오를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유사 관계자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8일 공개 때 우리 회사의 공급가격이 타 회사보다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번 15일 공개 때 가격이 오른 것은 우리도 타 업체와 비슷하게 공급가격을 올리려 했던 것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시민단체들이 제기하는 '새로운 형태의 담합'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은 것이다.
한편, 정유, 화학관련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심증은 가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는 상황이므로 한달 가량 더 추이를 지켜본 뒤 정책의 악용 여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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