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에서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엑소더스(대탈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리스 사태에 따른 증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 디폴트 소식에 국내 증시에서의 외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졌다. 사진/뉴시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유로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제 오는 5일 국민투표에서 국제채권단이 제안한 개혁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그리스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 자금지원 등이 끊기고 그렉시트가 불가피해진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 전반이 한동안 위기를 맞을 개연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미국 조기 금리 인상 우려에 이어 그리스 사태까지 겹치자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이탈 조짐이 뚜렷해졌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5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한 것으로, 외국인 엑소더스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KR투자연구소는 "최근 외국인 행보는 그리스 상황에 따라 매수·매도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신흥국에서의 유럽계 자금 유출입이 그리스 문제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그리스 사태를 올 초 아르헨티나 디폴트 우려 때와 비교하며 코스피가 5% 가량 추가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외국인 1조원 매도 시 지수가 1% 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한국과의 연관도가 그리스와 비슷한 아르헨티나 사태 당시 5조원 가량의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면, 외인 수급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 그리스 우려를 완충시킬 수 있는 내부적 모멘텀이 많다는 게 그 이유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1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등 경기 부진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4월 추경편성이 이뤄졌던 지난 2013년에도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종료) 우려로 외국인들이 6월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이후 4개월간은 꾸준히 순매수가 이어졌다.
2분기 순이익 예상치도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다. 특히, 증권, 에너지, 화학, 조선, 미디어·교육, 통신서비스, 건강관리 업종은 2분기 순이익 예상치가 10% 이상 증가했다. 이 중 SK이노베이션(2157억원), 롯데케미칼(1577억원), LG화학(745억원) 등 정유·화학 업종의 경우, 외국인이 지난달 순매도로 전환한 가운데서도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