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가전업체, 한국시장 공들이는 이유는

입력 : 2015-07-01 오후 3:56:39
◇라인하르트 진칸 밀레 CEO(오른쪽)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가전업체들이 한국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한때 외산 업체의 무덤으로 불린 국내 가전시장이지만,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프리미엄 정책을 펼치며 고가 외산제품들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한국시장에 안착하면 아시아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독일기업 밀레는 진공청소기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지난 10년간 한국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초기 B2B 위주였던 매출구조는 B2C 중심으로 대체됐고,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향후 10년간 매출과 점유율을 2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운 상태다. 세탁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제품군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도 한국에서 청소기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5년간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청소 습관을 연구하는 등 시장 공략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무선청소기 분야에서 1위를 지키는 등 입지도 다졌다. 2009년 29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736억원으로 늘어났다. 
 
영국의 다이슨도 한국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고가 정책 논란에도 불구하고 매출 신장을 이뤘다. 날개 없는 선풍기, 무선청소기 외에도 공기청정선풍기, 냉·온풍기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스웨덴의 공기청정기 기업 블루에어도 지난해 한국 공략을 본격화했으며, 미국 청소기업체 후버는 아시아 시장 중 한국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국내시장을 독점하던 삼성과 LG가 고가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가격저항력이 약화됐고, 같은 값이면 해외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수입차업체들이 내수시장을 잠식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한국시장에서 성공했을 때의 상징적 의미도 크다. 한국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다른 아시아권 공략시 내세울 수 있는 마케팅 요인으로도 충분하다. 생활문화가 비슷한 아시아권에서 테스트베드로서 역할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가전업체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고, 특히 한국은 두자릿수 이상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매력적인 곳"이라며 "한국은 생활가전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평가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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