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여름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부행장급 이상 임원들이 속속 연임되고 있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한시적인 연임으로 올해 말까지의 실적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것이어서 임기에 상관없이 실적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 초 대거 교체된 임원들 대신에 영업 현장의 전력을 재정비하기 위해 부·지점장급 인사폭을 키우며서 영업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000030)은 지난달 임기가 끝난 유점승 부행장(HR본부)과 정원재 부행장(기업고객본부)을 유임시켰다. 민영화 작업을 위해 연말까지 임원들의 임기를 맞춘 것이다.
오는 9월과 10월 채우석 부행장(중소기업고객본부)과 김승규 부사장(경영지원총괄) 의 임기가 만료되며, 오는 12월에는 이동건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권기형(기관고객본부)·김옥정(리스크관리본부)·김종원(부동산금융사업본부)·남기명(개인고객본부)·박기석(경영기획본부) 부행장 등의 임기가 끝난다.
이들 역시 민영화 변수로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우리은행은 이달 중으로 지점장급 60여명, 부지점장급 180여명의 승진 등의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 실적 평가에 따른 조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여름인사에서는 양호한 실적을 거둔 직원들을 승진을 시키거나 성과에 맞게 수평이동의 인사가 예상된다"며 "임원 인사는 하반기 민영화가 예정돼 있으니 그 결과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에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임원 임기가 끝난다.
올해 말 이석근 상임감사위원을 비롯해 4명의 부행장 및 7명의 부행장보의 임기가 만료된다. 임영진 부행장(WM그룹)·윤승욱(경영지원그룹)·이동환(CIB그룹)·임영석(기관그룹)·서현주(리테일부문) 부행장 등이다.
2년의 임기 만료 후 1년씩 재신임을 받아 3년의 임기를 채우거나 2년 임기를 마치고 재신임을 받아야하는 부행장들이다. 특히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첫 인사인 만큼 대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1분기에 국민은행에게 실적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2분기 실적도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쟁은행들이 너도나도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수익원으로 내걸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임원들의 성과가 간절한 때이다.
올 초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한 국민은행의 경우 하반기 임원 인사는 단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종현 정보보호본부 상무가 이달 말, 박정림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이 8월25일 임기가 만료되지만, 유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기업은행(024110)에서는 조용찬 부행장(IT본부)과 윤조경 부행장(부산·울산·경남 사업본부) 등이 이달 중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기업은행은 이달 중순 조직 개편과 하반기 인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부 본부 부서의 신설을 포함해 임원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선임된 최고경영자(CEO)들이다보니 상반기 실적으로 경영진을 평가하기보다는 올해 말까지 실적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취지"라며 "영업 목표 100%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