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세월호와 메르스, 그리고 국가안보

재난·재해도 '안보' 개념으로…시민도 안보 주체 되어야

입력 : 2015-07-05 오후 12:53:07
현대사회가 발전하고 대형화되면서 재난은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재난의 피해는 점점 치명적으로 되고 있다. 이처럼 재난의 빈도가 잦고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은 재난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군사적인 위협에 대비하는 전통적인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와 사회재난과 같은 요소들도 ‘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포괄적 안보’라는 개념을 만든 이유이다. 비군사적인 요소들도 안보문제로 다루는 추세가 된 것이다.
 
한국사회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변화가 생겼다. 포괄적인 안보 차원에서 재난을 다룰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의 정비와 의식의 전환이 대두되었다. 국민안전처가 만들어진 것도 그러한 사회적 요구가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국민안전처가 생기기 전과 생긴 후의 국민 안전 상황을 비교해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안전문제에 대한 비중이 높아진 것은 재난의 피해가 커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대형 재난은 있었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 전세계에서 5000만명이 사망했다. 1차 대전 사망자가 1500만이니 얼마나 많은 희생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식민지 조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페인 독감으로 1700만명 인구 가운데 14만명이 사망했다.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국민의 삶을 우선시 하는 안보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20세기 후반으로 오면서 시민의 권리 의식은 눈부시게 향상했다. 시민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모든 위험을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과 같은 반열에 놓기 시작했다. 인간의 삶의 질을 안보의 수준으로 사고하는 ‘인간 안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스페인 독감과 같은 세계적인 차원의 판데믹(pandemic. 유행병)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21세기에는 시민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시민안보’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메르스도 당연히 국민들의 보건 안보 문제다. 메르스 사태에 묻혀버린 미군의 탄저균 배송도 마찬가지이다. 시민들의 권리 의식이 확대되는 만큼 안보의 개념이 넓어지는 것이다.
 
안보 개념이 넓어지는 만큼 안보를 다루는 주체의 범위도 뒤따라 확대된다. 시민이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가 안전망을 제공하고, 시민이 안보의 주체가 되는 ‘시민안보’(civil security)가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모든 형태의 위험과 위협에 총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민안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안보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안보(security)와 안전(safety)의 영역이 중첩되고 있다. 포괄적 안보나 인간안보는 안전을 안보의 영역에서 다루는 것이다. 대규모 재난을 안보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는 비의도적인 위험(danger)에 대한 대비는 안전, 외부로부터 의도적 위협(threat)으로부터 생명, 재산, 영토를 지키고자 하는 것은 안보라고 구분할 수 있다.
 
재난과 같은 위험은 자주 발생하고 때로는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외부로부터 위협은 자연재해보다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파괴적이다. 피해를 당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둘의 구분이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다. 그래서 안보와 안전에 총체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융복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에서 2001년 9·11 테러 이후에 국토안보부를 만든 것도 전통적인 군사안보 차원만으로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안보와 안전을 융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오히려 영역을 모호하게 하고, 실제로 업무가 돌아가는 일선에서는 피로감만 늘어난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물망 같이 복잡하게 얽혀서 돌아가는 것이 현대사회이다.
 
여기서 시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융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이런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 정부다. 정부는 관료조직과 군대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를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 시민의 안전을 전천후로 보장해야 한다. 아직도 세월호와 메르스를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처방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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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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