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 ‘안미경중’ 전략 비현실적”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평화와 공영은 생존의 문제”

입력 : 2015-07-05 오후 12:51:59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움직임과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손잡아야 한다’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경제와 안보를 분리시키려는 비현실적인 인식”이라며 안미경중론을 적극 반박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1일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와 정책> 7월호에 기고한 ‘한국 외교의 방향, 안미경중을 넘어서’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기존 패권국가인 미국과 급부상하는 중국이 다양한 갈등 요소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뜻하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양국은 경제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적 결착상태에 있다”며 미·중 관계의 양면성을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한국 외교는 대미·대중 관계에서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융합해 두 요소 간의 모순을 해소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동북아 질서가 패권적 경쟁보다 공존과 공동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중이 공동안보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루고 구체적 실천에 돌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중과 남·북한, 일본,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다자안보협력체를 구성하고 초보적인 안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동북아 안보대화는 이미 6자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서 구체적으로 합의된 바 있다”며 “대의명분이 충분하며 미·중 어느 쪽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장관은 “동아시아에 신냉전이 도래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그 향방을 결정하는 데 한국은 ‘약소국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운명적으로 상황을 수용하자’는 생각보다는 제한된 능력일지라도 평화와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을 균형적으로 사고하며 평화 공영의 협력 구조를 만드는 일이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 시대”라며 강조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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