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Siri)는 신기한 기술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사용자의 필요를 알아서 채워준다. 시리는 주인이 어떤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지, 어디를 가고 싶어 하는지를 다 파악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관련 정보만을 적절히 제시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시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다.
크레이그 페데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
의(WWDC)2015에서iOS9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로이
터)
이런 예측이 가능한 것은 상대가 자주 가는 장소와 많이 듣는 음악, 선호하는 음식과 빈번하게 검색하는 키워드 등 사용자에 관한 정보를 축적해 놨기 때문이다. 이 말은 꼭 인공지능이 아니어도 누구든 개인의 행동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의 필요를 미리 예측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즈니스투 커뮤니티는 애플 시리가 기업가들에게 주는 7가지 교훈을 뽑았다. 시리처럼 앞서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 우선 고객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 있는지 알아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장소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여행지에 있는 사람과 자기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씀씀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시리는 사용자가 어디 있냐에 따라 다른 서비스를 제시한다.
다른 업체와 협력하는 것도 본받을 만 하다. 애플은 시리를 개발할 때 다른 운영체계(OS)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받아들였다. 사용자가 애플 앱외에 다른 업체의 앱도 사용할 수 있게끔 문을 일부 열어놓은 셈이다. 덕분에 앱 개발자는 애플이란 든든한 아군을 얻었고 사용자는 경험의 폭을 확대할 수 있었으며 애플은 폐쇄적이란 이미지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고객이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많이 쓰는지 알아내는 것 또한 필수다. 시리의 경우 고객의 기존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는 사용자의 관심사, 취미, 생활패턴을 알아야 가능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고객의 정보를 마음대로 빼오거나 기업의 광고를 강제로 주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고객은 개인의 의지로 서비스를 선택하고 싶어한다. 그 과정에 기업이 개입했다는 생각이 들면 큰 불쾌감을 느낀다. 기업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광고를 고객이 언제든지 차단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다 강압적인 기업이란 이미지가 씌워지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애플도 이런 이유로 시리 서비스를 사용자의 선택에 맡겨놨다. 사용자는 시리의 위치추적 기능을 언제든지 끌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시리처럼 작동법이 간단해야 한다. 시리는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바로 켜진다. 어쩔 수 없이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라면 홈페이지나 유튜브에 제품 사용 영상을 올려 놓는 센스를 발휘하면 좋다. 고객의 피드백을 경청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애플은 까다로운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항상 노력했고, 덕분에 시리를 개발할 수 있었다. 통신회사 AT&T와 종합미디어업체 타임워너도 간단한 여론조사를 통해 고객들의 의견을 수시로 취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피드백 내용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받은 의견을 토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고객들의 피드백은 무용지물이 된다. 애플은 피드백 내용을 감안해 시리에 투자했다. 시리의 음성 인식 정확도가 40%까지 올라간 것도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