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해짐에 따라 채권값 상승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세 기조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 가격이 장기물을 중심으로 강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지고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단 협상안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결과가 발표된 뒤 지난 6일에는 국고채 10년 금리가 하루 만에 5.7bp(0.057%포인트)나 급락(채권가격 상승)했고, 5년물 금리도 3.7bp(0.037%포인트) 하락폭을 나타냈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민투표 부결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flight-toquiality(안전자산 회귀현상)이 커져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며 "만약 유로존 방화벽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그렉시트 우려가 확산돼 한국 외환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장단기 금리의 동반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스왑시장 변동성 확대와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로 국고채 금리 스프레드가 평탄화(커브 플래트닝)된 뒤, 장기에 이어 단기 금리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 우위와 함께 국내 채권시장은 금통위 전까지는 대외 분위기에 영향을 받으며 강세 압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 강세가 기조적인 추세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추가경정 예산 편성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사태가 어떤 시나리오를 따르던 채권 금리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하반기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 10년 국채 금리가 2.4%를 하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금리 하락을 포지션 축소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단기 금리차가 미국 금리 인상 시기까지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1~2012년 그리스 부채위기 때도 채권 시장이 수차례 강세장을 시현했지만, 기조적인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와 관련해 결국 불확실성은 이어지지만 최종적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국채의 과도한 롱 포지션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