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정년제와 함께 도입될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정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정부가 발표한 설문조사가 논쟁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7일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고 발표했지만 노동계는 이번 결과가 여론몰이를 위한 꼼수라고 반박했다.
◇도입 시기 55세, 10~20% 감액 적정
고용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임금피크제 인지도 조사결과 및 업종별 임금피크제 현황'에 따르면 응답자의 72.8%가 도입을 찬성했고 27.2%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20대 이상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고용조정 없이 실질적 고용한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청년 등 신규채용 확대에 도움이 된다'라는 이유가 37.6%, '정년연장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 경쟁력 위축 우려'가 35% 순이었다.
도입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기업 경쟁력은 인건비 절감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높여야 한다'가 44.5%, '임금이 감소하게 된다'가 38.6%, 정년연장은 법에 따라 보장된 권리' 라는 답변이 35.7%를 차지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경우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임금 조정 수준에 대해서는 10~20%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9%로 가장 많았고, 20~30% 미만(26.1%), 30~40% 미만(16.4%), 0~10% 미만(14.1%) 순으로 나타났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는 55세부터가 43.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59세(23.0%), 58세(15.0%), 57세(11.3%), 56세(7.7%) 순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72.5%는 임금피크제가 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64.4%는 신규채용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응답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정부 지원의 확대(64.7%)라고 손꼽았고, 지원 방법에 있어서는 재원지원 확대(55.7%)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설문 조사가 아닌 여론몰이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가 되면 임금을 조정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하는 제도다.
앞서 지난달 17일 고용부는 '세대 간 상생고용 촉진'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정년이 60세가 의무화 되면 고임금 노동자가 늘어나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청년 취업이 힘들어 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기섭 고령사회인력정책관은 "60세 정년 시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도 다각적인 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며 "조사결과에 따라 정부도 다각적인 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 도입과 더불어 이번 설문조사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장년층의 임금을 줄이기 위한 도구일 뿐이며, 설문조사가 세대 간 갈등을 일으켜 갈등 구도를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강훈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기업들의 인력수요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장년층의 임금을 줄인다고 신규 고용이 창출 될 수 없다"며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사업을 확장해 신규 인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설문조사는 그리스의 위기를 한국인에게 설문조사 한 모습"이라며 "50대 이상에게 임금피크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설문조사는 반대에 부딪힌 임금피크제를 여론몰이로 밀어붙이려는 꼼수"라며 "설문문항도 밝히지 않는 등 투명한 근거가 없는 것은 의도를 가진 설문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설문조사에 대한 지적은 리서치 전문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우성 서던포스트 대표는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설문은 전 연령층 근로자에게 물어볼 사안이 아니며, 당장 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답변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이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