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조선업계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상선과 해양플랜트 시장이 함께 침체기를 겪은 가운데 한국 조선업은 고부가 선종인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싹쓸이하며 중국과 일본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8일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328만CGT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발주량(2699만CGT)의 49.2% 수준이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감소한 데다 선복량 과잉 현상으로 상선까지 발주가 줄면서 1년 새 반토막 났다. GCT는 선박의 무게(GT)에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다.
같은 기간 한국은 총 592만CGT를 수주해 중국을 제치고 수주실적 1위에 올랐다. 해양플랜트 수주는 전무했지만, 고부가 선종인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에 집중하면서 지난해(616만CGT)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상반기에는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투자가 다시 호전되면서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6%, 유조선은 47.5% 증가했다.
일본은 총 268만CGT를 수주했다. 지난해 상반기 604만CGT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반기 수주실적에서 일본이 중국을 앞선 것은 2005년 상반기 이후 10년 만이다.
중국은 주력 선종인 벌크선의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 이상 감소하면서 수주실적 순위가 3위까지 추락했다. 상반기 총 수주량은 256만CGT로 전년 동기(1186만CGT)의 5분의1로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내 2도크에서 컨테이너선, 자동차 운반선 등이 건조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하반기에도 발주량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플랜트의 극심한 침체와 상선시장의 위축 속에 금년 내내 어려운 시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컨테이너선이 수주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컨테이너선은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료소모가 커 비용절감을 위해 고연비 선박을 찾는 선사들의 꾸준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최상위 선사들의 연합체에 대항하기 위한 투자수요도 더해져 컨테이너선 발주는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조선은 상반기 대규모 발주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 발주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중형 조선 산업의 주요 선종인 벌크선은 상반기에 이어 극심한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의 효자선종으로 떠올랐던 LNG선은 선복량 과잉으로 발주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수주량 및 수주액은 전년 대비 약 24% 감소한 950만CGT, 수주액은 약 30% 감소한 23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