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정부가 올해 말로 종료되는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대량 환매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수익은 고사하고 환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비과세 혜택마저 더이상 연장되지 않는다면 굳이 해외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펀드에 대한 세금 규정은 해외펀드 수익과 손실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고 있지만, 환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펀드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투자금이 '반토막'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으로 오히려 환차손에 대한 세금은 내야할 처지에 몰리면서 투자자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정부가 해외펀드에 대해 비과세혜택을 추진할 당시 환율은 900원대였지만 현재는 1200원대 후반으로 무려 30% 가까이 올랐다.
공성률 국민은행 재테크 팀장은 "10억을 해외펀드에 투자한 자산가의 경우 지금 5~6억 정도로 반토막 손실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1억 정도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펀드 손실도 억울한데 세금까지 내라니 고객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소득이 4000만원 넘으면 종합과세로 한번 더 신고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과세혜택이 있던 해외펀드로 자금을 넣어둔 거액 자산가들은 현재 세금환급 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펀드런 나올까..'글쎄'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로 인해 펀드런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상 비과세혜택이 주어졌던 기간이 실제로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투자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이 없어진다 해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비과세혜택 도입시기와 맞물려 공교롭게도 해외펀드 시장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시장이 좋아질 때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면 위축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손실이 지속되는 구간에서는 환매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성율 국민은행 재테크 팀장도 "지금도 손실난 펀드를 환매해도 세금을 내야 하는데 내년 비과세혜택이 없어진다 해도원금회복 수준에서 환매한다면 세금은 어차피 비슷하기때문에 우려하는 펀드런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열쇠는 해외증시 호전여부
전문가들은 해외펀드 환매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시장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당시 해외펀드로 돈이 많이 몰렸던 데는 비과세 혜택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었지만 직전해인 2006년 중국펀드가 수익률이 100%에 달하는 등 해외시장이 좋았던 게 더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비과세혜택으로 세금부담은 있겠지만 해외시장상황이 크게 호전되면 비과세 혜택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이 해외펀드를 외면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지은 슈로더 투신운용 부장도 "일시적으로 비과세혜택으로 반향이 있을 순 있으나 장기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고수익이나 위험분산 차원에서 해외펀드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는 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펀드투자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혜택이 종료될 경우 투자자들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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