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특허 심판 신청 후 4주안에 관납료(청구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소송이 원천 무효화됨에도 관납료를 미납하는 제약사들이 증가고 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특허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는 제약사들의 일종의 '묻지마 특허 심판 신청'의 부작용이다. 제약사들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비투팜의 GLAS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1844건의 의약품 특허소송이 청구됐으나 이중 260건은 관납료 미납으로 특허소송 결정각하 통지를 받았다. 결정각하는 요건 미충족으로 청구 자체가 무효화되는 것이다.
업계 일부에선 이들 업체들이 고의로 관납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복제약 독점권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나타난 이상현상이다.
복제약 독점권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회피한 후발의약품에 9개월 동안 독점판매권을 주는 제도다. 최초 특허소송을 제기해야 자격조건이 부여된다. 최초 청구일에 14일 이내 접수한 제약사들도 대상에 병합된다.
특허소송을 청구하면 관납료를 납부해야 한다. 기본료는 1건당 15만원이고, 청구항 1개당 1만5000원의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관납료를 내지 않으면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이때 특허심판원은 납부를 요청하는 보정요구서를 송부한다. 납부 기한은 4주다. 이 기간이 지나도 미납이면 결정각하를 통보한다.
문제는 관납료를 내지 않아도 큰 불이익이 없다는 점이다. 직접 소송을 취하하나 결정각하를 받으나 매한가지다. 오히려 일부러 관납료 납부를 지연시키는 게 유리해 보이기도 하다. 특허권자에게 통지되는 것을 최대한 지연하면서 4주 동안 전략적인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복제약 독점권을 받기 위해서 일단 소송을 청구했다가 관납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1800여건의 소송을 담당해야 한다. 고의적인 관납료 지연은 행정력을 낭비하고 여러가지 정책 혼선을 가져올 수 있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