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정부는 경제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등 비상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6월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와 민노총의 강경투쟁 선언 등 어려운 시국에서 발생해 자칫 잘못하면 정국이 대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23일 오전과 오후에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연이어 주재하며 "전 부처 공직자들은 최대한 애도하고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맡은 바 업무에 임하기 바란다"며 "특히 중앙부처에서는 지금부터 장례기간 동안은 경축행사 등 추모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사는 지양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오전 윤증현 장관을 비롯한 간부 전원과 실무자들이 출근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외환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며 비상 대기 상태에 돌입했다.
재정부는 국제금융국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반을 꾸려 실시간으로 상황을 점검하며 향후 파장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 간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투자심리 위축 등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긴급보고서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그러나 "정치·사회적 갈등이 증폭돼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등 최근 일어나는 우리 경제 회복세에는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다른 악재와 결합된다면 부정적 영향도 크지는 않지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가 정치·사회적 대립으로 이어진다면 국가 신용도가 낮아질 위험이 있고, 결국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재계도 이 같은 영향을 의식한듯 국민적 화합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성명을 통해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한 뒤 "정치·사회적으로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경제 위기극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성명을 내고 "노 전 대통령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건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는데 영향을 끼치질 않길 바란다"며 "아울러 앞으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의 이 같은 우려에도 우리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는 날카로워지고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사실상 '정치수사'에 의한 죽음으로 규정하며, 검찰과 이명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고, 일부 네티즌은 '다시 촛불을 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미디어법 등 민감한 법안 처리와 비정규직법 논란, 화물연대 파업, 민주노총의 강경투쟁 선언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서 대형 폭탄이 터진 셈"이라며 "자칫하면 대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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