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관문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잇는 이재용 부회장의 시대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양사의 합병으로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삼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오는 9월 출범하는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점차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진통 끝에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서 통합 법인은 오는 9월 1일 자로 출범한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물산으로, 이는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는 동시에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이번 합병안 통과로 경영 승계를 위한 큰 그림이 완성됐다.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되면 그룹 순환출자 구조는 기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이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가진 최대 주주로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1%)과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통해 갖고 있는 지분(7.6%)을 합해 삼성전자 지분 10% 이상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전반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커진 셈이다.
동시에 그룹 전체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도 강화됐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16.5%)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9%)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각각 5.5%) 등 총수 일가 지분이 30%에 다다른다.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진행돼 2년간 지속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번 합병으로 정점을 찍었다.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지난 2013년부터 하반기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제일모직 통폐합, 삼성SDI, 삼성석유화학 사업재편,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한화와의 빅딜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2년 간 삼성은 비주력 사업을 털어내고 성장성 높은 사업에 역할을 집중하는 등 사업 형태를 효율화하면서 지주회사의 토대를 구축해왔다. 지배구조 재편작업의 마지막 단계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본격적인 막오르면서 이 부회장이 어떻게 지배력을 강화해나갈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된 지배구조를 확보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인 만큼 삼성SDS와 삼성SDI의 합병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SDI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정밀화학, 삼성중공업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SDI와 이재용 부회장이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가 합병하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바이오 사업도 향후 합병 회사를 중심으로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제약 분야는 지난 2010년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으로 내세웠던 분야 중 하나다. 이번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은 바이오로직스의 지분 51% 가진 최대주주가 되며,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자회사에 속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품안에 안게 된다.
삼성은 최근 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내년 상반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할 계획과 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오는 2017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분야 세계 1위 의약품 위탁 생산업체(CMO)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토대로 합병에 성공한 삼성물산은 패션과 바이오 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확대해 5년 내 매출 60조 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