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닭똥과 이슬..바보 노무현이 남긴 것

입력 : 2009-05-29 오후 5:20:00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닭똥과 이슬.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양극단의 실체도 때로는 같은 뿌리를 둔 경우가 있다. 닭똥과 이슬도 마찬가지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닭똥과 싱그런 아침을 열어주는 이슬도 한 데 묶일 수 있다. 바로 오늘이다. 대한민국이 눈물에 잠긴 날.
 
어차피 본질은 똑같다. 표현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려서부터 '사내는 울면 안 된다'고 배워온 남성들은 뻐근한 목을 뒤로 젖혀 눈물을 삼킬 테고, 어떤 마음 여린 여성들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길바닥을 눈물로 적실 것이다. 유족들과 봉화마을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다. 눈물의 이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영결식(永訣式).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의식을 말한다. 그러니까, 오늘이 마지막이다. 천국이나 내세를 믿는 종교적 관점에서 말하면, 우리가 죽지 않는 한 다시는 그의 영혼을 마주할 수 없다. 먹을 것으로 아기를 놀리던 익살스러운 모습도, 뻐금뻐끔 담배를 태우던 소박한 촌로(村老)의 행색도 이젠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순간은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슬픔이 차오를 만하다.
 
"일할 때는 욕하더니, 노니까..내가 좋대요!"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20% 안팎을 맴돌았다. 하지만 퇴임 후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봉화마을에는 관광객이 넘쳐났다. 그의 꾸밈 없고 소탈한 언행에 사람들은 매료됐다. 현재 청와대 주인의 스타일이 그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일는지 모른다.
 
다들 알고 있을 터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아직 첫걸음조차 떼지 못했지만 '인간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는 것을. 눈물이 말해주고 있다. 그의 삶은 마지막 순간까지 역경과 비극으로 점철됐지만, 모든 짐을 훌훌 털어낸 이 순간, 그는 행복할지 모른다. 대한민국이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이처럼 많은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을까. 그의 영혼은 충분히 위로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눈물을 흘려준 사람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그는 먼 곳으로 떠났다. 우리는 이제 슬픔을 뒤로한 채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직장에서 돈을 벌어야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밀린 집안일을 하고, 가끔은 운동화도 빨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이 흘린 눈물은 고인을 떠나보냈다는 슬픔의 눈물이자, 일주일간 마음 아파했던 자신과의 이별을 고하는 눈물이다. 누군가의 죽음과는 상관 없이 우리는 이제껏 그렇게 지내왔다.
 
어쩌면 너무나 빨리 일상으로 돌아간 자신을 보며 머쓱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억은 항상 탈색되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고인은 대통령 임기 중에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구 시대의 막내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구태정치와의 단절,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외쳤던 노 전 대통령의 고민이 함축적으로 묻어나는 말이다. 물론 그가 '맏형'이 될지, '막내'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이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을 향한 그의 외침이 우리 삶에 스며들게 하느냐 마느냐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우울한 일주일을 보낸 우리는 조만간 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 바쁘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을 보내며 잊지 말아야할 게 있다. 각 개인의 정치 성향을 떠나 그가 평생토록 고뇌한 `인간 삶의 가치`는 지켜져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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