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변호사들과 당사자간 맺는 성공보수금 약정은 위법해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형사사건 성공보수금 약정 자체는 유효하다는 전제하에서 지나치게 과도할 경우 무효로 판단해 온 기존 판결을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변호사들은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금을 받을 수 없게 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재판부는 민사사건 등에서 맺는 성공보수약정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되 성공보수액이 부당하게 많거나 신의성실 및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만 무효로 본 종전 입장은 유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허모씨가 변호사 조모씨를 상대로 성공보수금 1억원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4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된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은 수사·재판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앞으로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되는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은 민법 103조에 의해 무효로 보아야 한다"며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았던 종래 판결들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허씨는 2009년 10일 아버지가 특가법 위반(상습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된 뒤 구속되자 조씨를 변호사로 선임하면서 1000만원을 착수금으로 지급한 뒤 "석방조건 사례비를 지급하되 추후 약정하기로 함"이라는 성공보수 지급 약정을 맺었다.
같은해 11월 허씨 아버지는 57회에 걸쳐 1억6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고 조씨가 보석신청을 한 뒤 허씨가 조씨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 허씨 아버지는 며칠 후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허씨 아버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됐는데 허씨는 "지급한 1억원은 판사 등에 대한 청탁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나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았고, 설령 성공보수금으로 지급했다고 보더라도 지나치게 과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며 1억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조씨는 "1억 원이 석방에 대한 사례금을 먼저 받은 것이고, 부당하게 과다한 것도 아니어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고, 1심은 "조씨가 1억 원을 받은 것은 변호사 보수금으로 인정될 뿐 판사 또는 의사에게 청탁할 비용 명목으로 수령한 것이 아니다"며 1억원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1억원을 성공보수금으로 보더라도 적어도 이 중 4000만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해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라며 허씨에게 40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에 쌍방이 상고했다가 허씨는 2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상고를 취하했으나 조씨는 상고를 유지했다.
대법원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