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암살' 전지현 "최동훈의 뮤즈 되고 싶다고 한 이유는"

입력 : 2015-07-24 오후 4:26:25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베를린>, <도둑들>과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3연속 홈런을 친 배우 전지현이 <암살>로 타석에 섰다. <암살>은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이자, 이정재, 하정우 등 호화캐스팅을 앞세운 작품이다. 올해 영화 라인업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전지현은 호화캐스팅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었다. 비중과 분량 면에서 <암살> 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전작에서 인상이 깊게 남은 톡톡 튀는 전지현이 아닌 '독립'이 제1의 가치인 신념을 지닌, 굳은 심지의 전지현이다. 연기력이 훌륭해졌다는 평단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새 영화의 중심인 전지현을 지난 22일 만났다. 실제 전지현의 얼굴은 <암살>에서 연기한 안옥윤보다는 <별에서 온 그대>의 톡톡 튀고 재기발랄한 천송이를 더 닮아있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서는 나름의 인생철학, 그리고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 전지현이 영화 <암살>에 출연했다. 사진/쇼박스
 
◇"최동훈의 뮤즈가 되고 싶다고 말한 이유는"
 
전지현은 <도둑들>의 톡톡 튀는 예니콜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별에서 온 그대>로 다시 한 번 국내 최고의 스타로 올라섰다. 배우로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암살>은 180억원의 제작비와 호화캐스팅, 국내 최고의 흥행감독의 평가를 받는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다. 이 때문에 다른 배급사들은 1년 중 최대 대목 여름시장에서 <암살>을 피해 대진표를 짰다. 올해 영화 라인업 중 가장 관심이 큰 작품이다.
 
시나리오 때부터 화제를 모은 <암살>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전지현은 "<도둑들> 때 정말 즐거웠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한 번 더 하자고 말을 맞춘 상태였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받았다. 캐릭터만 좋았어도 감사했을 것 같은데 이야기도 완벽했다. 100% 다른 배우들이 욕심 낼 캐릭터"라며 "비중도 크고 감정선 표현하는 게 고민이 돼 부담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안은 채 촬영을 시작했고, 촬영이 끝난 지 근 1년 만에 관객들에게 영화를 내놓게 됐다. 기자들 사이에서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을 만나면 더 활약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전지현은 '최동훈의 뮤즈'가 되고 싶다고 각종 인터뷰 현장에서 속마음을 드러냈다. 배우가 감독의 뮤즈가 되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전 강한 캐릭터가 잘 맞는 것 같은데, 최 감독님 영화 캐릭터는 대부분 강하고 매력이 있다"고 말한 전지현은 "<도둑들> 때 감독님이 숨도 쉬지 말고 연기하라는 디렉팅을 줬다. 시키는 대로 하니까 연기에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었다. 상쾌하더라. 연기에 눈을 튼 느낌이었다. <암살> 때도 발전하는 느낌을 줬다.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 내 연기실력이 느는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의 뮤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전지현이 영화 <암살>에 출연했다. 사진/쇼박스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암살>에서 전지현이 맡은 안옥윤은 어릴 적 어머니가 일본군에 의해 죽는 모습을 지켜본 독립군이다. 머릿속에는 독립 밖에 없는 굳은 심지가 있는 여성이다. 대사가 적어서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눈빛과 뉘앙스로만 그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다사다난한 서사가 있는 캐릭터인 안옥윤을 두고 전지현은 완급조절을 핵심으로 뒀다.
 
전지현은 "100회 촬영 중 80회 촬영을 했다. 분량이 정말 많았다. 안옥윤의 수 많은 이야기를 매번 보여줘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매번 보다는 내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감정을 드러내고 싶을 때만 표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힘을 뺄 땐 빼고 줄 땐 주고, 완급조절을 핵심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고민을 깊게 한 결과가 스크린에서는 보인다. 안옥윤 뿐 아니라 안옥윤을 연기하는 전지현에게서도 영화 현장에서의 험난한 여정이 보인다. <베를린> 이후 연기력이 거듭 좋아지고 있는 전지현에게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베를린>을 기점으로 TV 속 혹은 스크린 속 전지현은 크게 달랐다.
 
전지현은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연기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날카롭게 날 평가했다면, 결혼 후에는 색안경이 거쳐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계기가 딱히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사람도 성장한다고 믿고 있다. 한 번 더 물어봤다.
 
전지현은 "계기는 모르겠다"면서 말을 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해진 게 아닐까. 같은 책을 읽어도 책은 변하지 않지만, 책을 읽고 깨닫는 내용은 달라질 수 있지 않나"라며 "굳이 따지면 집중력이 달라진 것 같다. 나이를 먹다보니 집중할 수 있는 게 줄어드는 것 같다. 평상시에는 좀만 배고프면 뭘 먹어야 하고 그런데, 연기할 때는 아픈 것도 잊고 연기하는 내가 보이더라. 그렇게 연기를 하고 나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지현은 "그래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라며 말을 맺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무슨 의미인지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어봤다.
 
전지현은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건, 고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마음이 평온해야 일에 집중을 할 수 있다. 연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고민거리가 있으면 연기에 집중을 할 수 없다.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전지현의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다. 임신 10주차라는 소식을 전한 그다. 아이를 낳으면 더 어른이 된다고도 한다. 전지현을 또 언제 어떤 작품으로 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때는 엄마가 된 전지현을 보게 될테다. 그 땐 전지현이 어떤 얼굴을 갖고 나타날까. 인터뷰를 하고나니 더 호기심이 생긴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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