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획정기준 마련을 위한 국회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 심사소위는 지난 24일 회의를 열고 선거구획정기준 및 국회의원정수 문제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회의는 지난 소위 당시 국회의원정수 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소위 내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공식 개의 없이 약 2시간 동안 소위 의원들만 참석하는 비공개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논의 시작에 앞서 회의장을 방문한 국회 정개특위 이병석 위원장은 "오늘이 소위 논의의 중대 고비 일 것 같다"며 "특히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오늘 농어촌 지역 의원들이 의견을 개진한다고 해 (회의 격려차 찾아왔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회의를 통해 의원정수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지는 못 했으나, 양측의 입장을 공유하고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야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확대 불가피한 의석수가 '10여 석'이라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표의 등가성 원칙에 따라 선거구간 인구편차를 현행 3:1에서 2:1로 줄여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시군구 통폐합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정개특위가 예외 없이 선거구간 인구편차 기준을 최우선 고려한다면 인구하한선(3월말 기준 13만9189명) 미달 지역이 많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 현재 의원정수 기준(300명) 하에서는 최대 6~7개의 자치시·군·구로 구성된 선거구도 탄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게리맨더링(특정 지역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을 방지하기 위해 자치시·군·구의 일부를 분할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25조의 개정 또는 예외 확대 부담도 뒤따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해 농어촌 지역 의원들의 우려를 대신 전달한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 4개의 시군으로 이뤄진 선거구에 또 다른 지역이 포함되면 한 명의 국회의원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광활한 면적이 된다. 농어촌 지역 국민에 대한 의정서비스라는 소중한 가치가 이번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충실히 배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의원정수 문제와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는 질문에 "정개특위나 여야 차원의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저희가 정수 확대 문제를 같이 언급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의원정수 관련 여야의 당론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여당은 현행 기준 하에서 지역구의원과 비례의원의 비율을 조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의원정수 확대 가능성 논의 및 비례의원 축소 불가 입장으로 정리되고 있다.
그러나 복수의 정개특위 관계자에 따르면 선거구 재획정에는 여야 뿐 아니라 도시와 농어촌 등 다양한 이해가 얽혀있어 여당 내부에서도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야당 내부에서도 의원정수 확대 주장에 부담감이 커 최종 결론 도달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논의 결과에 따른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개특위는 선거구획정위의 요청에 따라 내달 13일까지 선거구획정기준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으로 이 위원장은 "8월 13일까지 본회의 통과가 안 되더라도 정개특위 전체회의 의결만 된다면 획정위가 그에 준해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 심사소위원회가 24일 국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선거구획정기준 및 의원정수 확대 문제를 논의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