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24일 행정자치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경남 창원시가 추진하는 야구장 건립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창원시는 290억원의 국비를 확보하며 향후 사업을 진행할 동력을 얻게 됐다. 200억원에 달하는 경남도비 지원 여부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국비 확보로 인해 창원시는 당분간 한숨 돌리게 됐다.
창원시 새 야구장 문제는 현재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잊지 말아야할 교훈을 남겼다. 바로 야구장 건립이 정치와 행정에 흔들리는 안타까운 현실은 반복돼선 안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일부 정치인들이 신축 야구장 건립을 치적쌓기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창원시 새 야구장 구상도. (이미지제공=창원시)
창원시 새 야구장 건설은 초기 단계인 입지 선정부터 큰 파열음을 냈다. 야구장 입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마산과 진해 간 지역갈등 때문이다. 총책임자가 바뀌면서 모든 것이 정상화됐지만, 상처의 피해는 고스란히 100만여명의 주민 모두의 몫으로 돌아갔다.
창원시 야구장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야구장 공사는 원활히 진행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문제는 '삽을 뜨기 전'부터 발생했다. 여러 지자체장은 후보 시절 지역 표심을 사기 위해 야구장 신축을 공약으로 매번 내세우고 당선되면 나몰라라 했다. 시민과 팬들의 기대는 오래지 않아 실망으로 바뀌기 일쑤였다.
지난 해 문을 연 광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내년 모습을 드러낼 대구 '대구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실 이들 야구장 신축문제는 시급했다. 광주의 경우 정전은 물론 벽돌이 나오는 마운드, 비만 오면 물방개가 다니는 야구장 안팎 환경이 국내외 화제에 올랐다. 대구의 경우 2006년 건축물 안전진단에 즉각폐기를 뜻하는 'E등급'을 받고도 보수 후 사용됐지만 변압기의 고장으로 정전이 되는 경우를 몇 차례 겪었다. 결국 두 야구장은 모두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신축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서울의 서남권 야구장(고척돔)의 경우 늘어난 건설비가 문제다. 초기 공사비인 400억원과 비교하면 비용은 무려 6배 이상으로 늘었다. 고척돔의 공사비 증액에는 전시 행정, 야구장 건설에 대한 전문적 이해 결여에서 비롯된 잦은 설계 변경이 영향을 미쳤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와 고척돔이 내년 초에 개장하면 이제 야구장 신축 지역은 창원시뿐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창원시 야구장은 지난 해 바뀐 건설관련 법규를 직접 적용할, 총 공사비 1000억원 이상의 첫 공사다. 국내 건설계가 널리 지켜보는 가운데 향후 모든 과정은 선례가 돼 계속해서 회자될 수 밖에 없다.
비록 시작단계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중반 이후 과정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창원시 야구장이 '정치와 행정에 고통 받는 야구장'이 아닌 '정치와 행정이 건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야구장'이라는 선례로 남을지 주목된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