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일본 산업 위기극복과 성공 기업의 교훈

새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전략적 실행력 확보가 중요
중국 등 신흥국과 새로운 선순환 사업구조 구축 절실
기술과 지식에 대한 특허 방어 및 정보 보안 체제 강화

입력 : 2015-07-28 오전 10:59:39
흔히 한국경제를 ‘호두까기에 끼인 경제’라는 말을 많이 한다. 후발국인 중국에 쫒기면서 일본은 따라 잡지 못해 중국과 일본에 끼여 부서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비유다. 일본경제 전문가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의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데 일본산업의 교훈을 참고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산업은 1980년대까지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추격에 적응하면서 수출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선순환을 유지했으나 1990년대 이후 이러한 선순환이 약화됐다. 특히 일반기계, 전기기계, 수송기계, 소재산업 등이 1990년대에 이미 정점에 도달했지만 새로운 수출 산업을 육성해 나가는 패턴이 제조업 분야에서 일정 한계에 직면, 전반적인 기계류 수출비중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게다가 급격한 엔고 진행으로 일본 산업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약화됐고, 이는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신성장 산업 육성에 부정적으로 작용됐다. 일본기업의 투자 부진은 경쟁신흥국 기업의 발전과 맞물려 일본의 기술적 우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돼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 몇몇 일본기업의 위기 극복 사례들을 검토하면 현재 위기에 빠진 한국 기업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눈에 띈다.
 
에어컨메이커 다이킨은 경쟁기업들이 있는 중국에 적극 진출해 현지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지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했고, 가정용 에어컨 시장의 극심한 가격경쟁에는 중국 생산업체와 제휴해 특유의 대규모 생산력을 활용, 가격 경쟁력을 보강했다. 또한 중국 기업의 대량 조립 생산 노하우를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핵심기술은 공개하지 않고 인버터 모듈을 현지기업에 제공하는 노련함도 보였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HEV)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새로운 시장 창조는 장기불황 극복의 중요한 요소지만 성공기업은 많지 않다. 신제품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초기에 불안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신시장 창조 전략을 보면 근본적인 가치에 뒷받침된 브랜드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극복했다. 특히 초기 브랜드 이미지의 확립으로 ‘HEV는 도요타’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경쟁사들의 추격을 억제할 수 있었고, HEV 관련 특허망을 강화하는 한편 원가 절감에도 주력해 격차를 보다 넓혔다.
 
일본의 중소기업들이 주는 교훈도 주목할 만 하다. 일본의 성공적인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한정된 분야에서 기술력을 중장기적으로 연마, 강력한 시장 방어막을 형성해 세계시장을 확보하는 전략을 중요시했다. 예컨대 국내에서 틈새시장을 철저하게 개척한 후 해외시장을 공략했고, 시장과 영역을 압축할 뿐만 아니라 자사의 핵심 역량을 한정적으로 정의해 그곳에 경영자원을 집중시켰다.
 
대기업, 연구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우수한 기술의 관리에 많은 노력을 들여 특허의 취득뿐만 아니라 지적재산 관리인력을 내부적으로 육성했다. 아울러 종업원과의 장기신뢰관계 형성해서 적은 인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러한 일본기업들의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우선 신흥국과의 상호보완적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이라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면서 산업 및 기업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중국 산업의 기술력 강화, 고성장 마감이라는 환경 변화에 맞춰 중국 등 신흥국과의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근본적인 가치에 뒷받침된 신시장 개척이 중요하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거시경제부진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신시장은 국내 수요의 창출과 함께 세계시장에서도 처음부터 1등 브랜드 파워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원천적으로 모방하기 어려운 자사 고유의 개별화된 역량에 기초한 신제품개발과 함께 기술과 지식에 대한 특허 방어 및 정보 보안 체제를 강화해 신흥국의 추격을 억제 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미래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과 이에 맞는 자사 사업의 혁신적 해석 능력, 다양한 아이디어의 교류와 충돌을 통한 아이디어의 고도화 시스템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세계 산업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전략적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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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