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야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쟁, 그 속내는

핵심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20대 총선 앞두고 각 당 셈법 달라

입력 : 2015-07-29 오후 1:15:31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지난 26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현행 300명(지역구 246, 비례대표 54)인 국회의원 정수를 369명(지역구 246, 비례대표 123)으로 늘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에 불이 붙었다.
 
‘원내과반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분당설에 흔들리는 제1야당’ 새정치연합은 자당 혁신위가 낸 의견임에도 계파에 따라 온도차를 드러냈다. 반면 ‘비교섭단체’ 정의당은 적극 지지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국회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지난 28일 “야당 혁신안의 목적이 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있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투톱’인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의견은 엇갈렸다. 이 원내대표가 혁신위의 안에 적극찬성하면서 연일 “의원수를 390명으로 늘리고 세비를 50% 삭감하자”, “의원정수 확대를 당론으로 추진하자”며 혁신위의 제안에 기름을 부었지만 문 대표는 “혁신위가 제안한 것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며 “지금은 의원 정수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반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28일 “우리 국회의 나쁜 질을 보완하기 위해서 양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정진후 원내대표도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은 필요하다.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서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 혁신위의 제안을 적극 지지했다.
 
일단 ‘국회의원 정수확대 논란’이 여론과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지만, 핵심은 그와 연계된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여부다. 혁신위는 현행 246석의 지역구 가운데 46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예단해 지역구는 놔두고 비례대표만 늘리는 정수확대를 제안했을 뿐,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국회에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서울권, 경기·인천·강원권, 경남·부산·울산권, 대구·경북권, 충청권, 전라·제주권)으로 나누고 인구비례에 따라 의석수(지역구+비례대표)를 정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즉 51%만 확보하면 100%를 차지하는 현행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확히’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영남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어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완화시킬 선거제도로 평가된다. 아울러 소수정당 지지표심이 사표가 아닌 유효표가 돼 소수정당의 원내진출도 용이해진다.
 
실제 중앙선관위가 지난 4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19대 총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적용 예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대 총선 당시 호남권(광주·제주·전남·전북)에서 단 한 석의 당선자를 내지 못했던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시 4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영남지역에서 단 3명의 당선자를 냈던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은 대구·경북에서 비례 5석, 부산·경남·울산에서 지역구 2석과 비례대표 12석 등 총 14석을 얻어 지역구도가 상당부분 해소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다만 152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의 의석은 141석으로 감소해 원내과반이 무너지게 되고 새정치연합도 127석에서 117석으로 줄어들어 거대 양당의 의석수는 감소한다. 대신 5석이던 자유선진당은 10석으로, 13석이던 통합진보당은 34석으로 늘어 군소정당은 약진한다.
 
즉 단순히 내년 20대 총선 전략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 현행 선거제도에서 원내과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굳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변화를 모색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여기에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의 여론도 있다.
 
새정치연합에겐 ‘양날의 칼’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범야권’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당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위험성도 있다. 소수정당 활성화 정도는 곧 ‘호남발 야권신당 출현’ 가능성과 비례한다.
 
정의당 입장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총 5명의 의원 중 지역구 의원은 심상정 대표 단 한명이며 그마저 야권연대를 통해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결과다. 국민의 피로감 등을 이유로 20대 총선에서 야권연대 성사가 불투명한 가운데 정의당이 차기 총선에서 자력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선 비례대표 비율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두번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왼쪽 첫번째) 당시 공동대표가 지난해 7·30 재보선 경기 평택을 선거유세 도중 만난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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