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삼남 김정운이 유력해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일(현지시간) 13년간 김 위원장의 개인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자서전과 김정운이 4월 국방위원회 지도원에 임명된 점을 들어 그가 북한의 세 번째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가을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며 건강이 악화된 이후 누가 김 위원장의 뒤를 이을 것인지가 세간의 관심을 모아왔다.
최근 뇌졸중에서 회복한 김 위원장이 대외 활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그의 급격한 건강 악화로 본격적인 후계체제 준비가 시작됐으며 현재는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이 전면에 나서 대부분의 현안을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장성택은 김정일에서 김정운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과 북한노동당 고위층의 신임을 받고 있는 김정운은 올해 26살로 2003년 겐지씨가 자서전 '김정일 요리사'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그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김정운은 2004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김 위원장의 세 번째 아내 고영희씨에게서 태어났으며 90년대 둘째 형인 정철과 신분을 숨기고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의 몇몇 전문가들은 그가 해외로 나간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김정운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평양에 있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녔다.
키는 175cm, 몸무게는 90kg 정도로 알려졌으며 한때 당뇨병을 앓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겐지의 자서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김정운을 사랑하는 이유는 자신과 닮은 김정운의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둘째인 정철을 '유약하다'고 보고 있으며 첫째인 정남은 위조 여권을 가지고 일본을 여행하는 등 기행을 일삼아 김 위원장의 눈밖에 난 상태다.
반면 김정운은 얼굴뿐 아니라 체형, 성격까지 김 위원장을 닮았다는 평가다.
일례로 그의 형인 정남과 정철이 농구 시합이 끝난 후 곧장 팀 동료들과 헤어지는 반면 김정운은 팀 동료들을 모아 놓고 마치 코치처럼 게임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지적하는 등 리더의 자질을 보였다.
겐지의 자서전이 출간된 이후 한국 언론은 김정운을 그의 형들과 달리 야망과 결단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개월 사이의 김정운의 행보를 들어 그의 후계자 낙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정운이 지난 4월말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지도원에 임명된 것이 그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란 평가다.
북한이 4월초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지난주 핵실험 및 단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는 등 잇단 최근 강경 도발행위를 일삼는 이유도 권력승계와 관련한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아시아 인텔리전스의 한 전문가는 "권력 핵심인 북한 군부가 궁극적인 체제안전보장 없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김정운의 국방위 지도원 임명은 핵문제에 관한 교육을 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운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고립됐으며 가장 억압적인 체제의 주인이 된다면 산적한 난제 해결에 만만찮은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jjwinw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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