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하며 쓰던 아이폰6의 액정이 고장나 수리를 맡긴 A씨는 수리센터로부터 이상한 말을 들었다. A씨 아이폰을 어디까지 수리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수리센터의 영역이며, A씨는 무조건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황당해 하는 A씨에게 센터는 "수리내역이 어떻게 결정될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전체 교체비 37만5000원을 내라"고 한 술 더 떴다. 우선 전체 수리비를 받고 부분 수리로 결정되면 나머지를 추후 환불해준다는 얘기였다. 수리취소마저 못하게 하는 센터의 약관조항 때문에 A씨는 결국 40만원에 가까운 전체 수리비를 지불하고, 센터의 진단을 기다려야 했다.
이처럼 고객이 수리를 맡긴 아이폰을 마치 자신의 물건으로 간주, 마음대로 수리내역과 반환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하던 6개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의 '이상한 약관'에 대해 시정권고가 내려졌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의 국내 공인서비스업체 6곳 약관이 국내 법에 저촉된다며 60일 이내 수정을 권고했다.
공정위는 유베이스, 동부대우전자서비스, 피치밸리, 비욘드테크, 투바, 종로맥시스템 등 이들 6개 업체가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약관법에 의거해 시정명령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약관에 담긴 수리계약해지 제한조항, 최대비용 선결제 강제조항 등 2개 조항은 각각 국내 민법 673조, 665조에 위배된다. 민법 673조와 665조는 약관 보다 상위에 있는법률로서 도급계약 관련 도급인의 해제권, 보수의 지급시기를 규정하고 있다.
2개 민법 조항대로라면, 애플 서비스센터는 수리를 마치기 전이라면 고객의 수리취소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관련 수리비도 미리 받는 것이 아니라 수리가 끝난 때 지급받아야 한다.
민혜영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시정권고로 애플 아이폰 수리에 있어 소비자가 민법 등에 보장된 권리를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애플 무상수리 관련 약관에 손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애플의 '이상한 약관'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가 시정권고 또는 시정명령 선에서 끝날지, 아니면 실제로 약관변경을 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약관법에 따라 공정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시정권고 및 시정명령이다.만약 이들 업체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을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애플이 국내에 두고 있는 특이한 A/S 방식 자체가 이같은 문제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민혜영 과장은 "(애플의 국내 수리제도 운영방식은)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다"며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애플이 직영하는 진단센터가 있어, 우리가 삼성이나 LG폰을 수리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거기서 바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애플이 직영센터를 둔) 국가에서도 수리취소 등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바로 수리를 받는 방식에서 이 약관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민 과장은 "삼성이나 LG 등의 경우, 고객이 휴대폰 수리를 하러 가면 그 자리에 수리 기사가 나와 1대 1로 대면해 해결하기 때문에 수리약관이 특별히 의미를 갖지 않게 되고, 약관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다"고 덧붙였다.
민혜영 과장은 "약관으로 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까지 권고에 대해 시정을 하지 않겠다는 업체는 없다"며 "시정을 어디까지 하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애플 아이폰 수리절차.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