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물놀이 사고', 주의 안 하면 피해자도 배상 못 받아

안전규정 무시…사망 스쿠버다이버, 60%만 배상
여행자보험약관 각양각색…출발 전 꼼꼼히 확인을

입력 : 2015-08-02 오후 12:00:00
여름 휴가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여름 휴가철 흔히 발생하는 물놀이 사고는 본인 부주의, 책임자 관리 소홀이 겹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과실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진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여름 휴가철 물놀이 사고에 대한 법적 처리를 법원 판례를 통해 살펴봤다. 
 
◇스쿠버다이빙 중 어망에 걸려 익사 보상 다 못받아 
 
지난 2010년 수심 12.1m 해역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한 40대 남성이 어선이 던진 그물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했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는 주변 선박들에게 주의를 주고, 조류에 밀려 떠내려 갈 경우에 대비해 반경 50미터의 수면에 '표지'를 설치해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
 
그러나 스쿠버다이빙리조트 운영자 장모씨는 표지를 설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선이 다이빙 지점 부근에 그물을 치는 것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았다.
 
나씨가 안전규정을 무시한 것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이빙할 때에는 2인 1조로 짝을 지어 물에 들어가는 '버디시스템(buddysystem)'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나씨는 혼자 입수했다.
 
물에서 나와야 하는 출수시간 뒤 한참 지나 구조가 시작된 것도 사고를 키웠다. 보트 안에 여분의 공기통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발생부터 후속조치까지 안전규정은 사실상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김종근)는 2011년 장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씨와 유족에 대한 배상은 60%(총 1억9200여만원)밖에 인정되지 않았다. 나씨 과실로 장씨 등에 대한 책임이 감경됐기 때문이다.
 
보험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됐다. 보험 약관에 '수상레저기구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해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고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나씨는 수상레저기구 때문이 아닌 '그물'에 걸려 사망해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결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이틀 연속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31일 오후 서울 뚝섬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에 많은 인파가 몰려 더위를 식히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여름철 안전사고는 피해자와 관리자 과실이 합쳐져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사진/뉴시스
 
◇보험대상 해당 안돼…보상 못받을 뻔도
 
여행자보험 약관에 특정 레포츠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빠져있어 피해자가 사망했는데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뻔한 사례도 있다. 
 
신모씨는 모 국립대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1년 학교  프로그램으로 필리핀 세부 보홀섬으로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전문등반, 글라이더조정,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내용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여미숙)는 2013년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받고 보트 위에서 잠시 휴식한 뒤 '스노클링'을 하면서 해안가로 이동하던 중 사망한 점을 인정해 유족들에게 사망보험금 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학생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학교를 대신해 국가도 책임을 져야 했다. 다만 재판부는 교수들이 사전 안전교육을 하고 사건 발생 후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한 점을 인정해 국가 책임을 70%로 제한, 2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률가들은 여행자보험 약관별 보상대상 규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여행 계약시 약관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신지체자 수영장 익사…자리비운 수영강사 집행유예 
 
정신지체 장애자 5명에 대한 수영 강습을 맡은 권모씨는 2007년 보조강사에게 강습을 맡기고 근처 한의원에 갔다. 혼자 수영을 할 수 없는 정신지체 장애자들을 강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소 2명의 강사가 있어야 하는데 규정을 어긴 것이다. 
 
보조강사 홍모씨는 정신지체장애 1급인 A씨(27)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이것이 결국 사고로 이어져 A씨가 수영장에서 익사했다. 권씨와 홍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권씨 등의 유죄를 인정해 권씨를 금고 6월에, 홍씨를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재판장 조용준)도 "수영강습 시간에 제 때 도착할 수 없었다면 즉시 알려 다른 강사가 대신 참관하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해 익사사고를 방지했어야 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권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권씨와 홍씨 모두에게 각각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워터파크서 '꽈당' 전치 12주…관리 소홀 대표 벌금형 
 
워터파크 내 실외수영장 앞에서 미끄러져 부상을 당한 사고에서도 법원은 시설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워터파크 대표를 형사 처벌했다. 
 
40대 남성인 한모씨는 파도풀장 안으로 들어가다가 그 앞에 있는 카페트 위에서 미끄러져 목 등에 전치 12주의 부상을 당했다. 
 
수원지법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박모 대표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시설을 수시로 점검해 손님의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며 "미끄러져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장소에 출입봉쇄 장치나 '미끄럼주의' 등 안전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면허 보트 운전 사고…강사·본부장 벌금형 
 
수련원에 입소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래프팅 체험 실습을 시행하다 사고를 낸 무면허 수련원 강사와 본부장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강사 손모씨는 학생들이 타고 있던 래프팅보트가 승선장으로 쉽게 들어가도록 밀어주기 위해 보트를 몰아 래프팅보트로 접근했다. 그러나 속도조절을 하지 못해 보트 뒷부분을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보트에 타고 있던 유모(당시 11세)양이 물에 빠졌다. 
 
그러나 손씨는 이를 확인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모터보트를 조종했고, 유양은 회전하는 모터보트 스크류에 오른쪽 다리를 맞아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손씨가 조종한 모터보트를 다루려면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가 있거나 1급 조종면허가 있는 자의 감독 하에 조종을 해야했다. 그러나 손씨는 이를 어기고 15마력짜리 구조용 모터보트를 무면허로 혼자 조종하다가 사고를 냈다. 
 
전주지법 진현섭 판사는 2012년 업무상과실치상 및 수상레저안전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손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수련원 교육부에 대한 지도·감독을 총괄하는 본부장 이모씨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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