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방침을 밝히면서 공공입찰참가제한을 앞두고 있던 건설업계가 행정처분 사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있었던 4대강 사업 등에서 발생했던 입찰담합 건으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라 국가 및 지자체,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공공입찰 참가에 제한을 받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다.
국가계약법 27조는 '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규정에서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등의 '부정당업자'에 대해 2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고 있으며, 부정당업자는 이 기간동안 입찰제한의 원인이 된 사업의 발주기관 외에서 진행되는 관급 공사에서도 배제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대강, 영주댐, 인천도시철도 담합 등에 관련된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8개 대형건설사들이 2015년 하반기부터 최대 2년간 공공입찰 참가에 제한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입찰담합 규모가 컸던 만큼 그 밖의 국내 상위 50위권 건설사 대부분이 입찰참가자격제한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 취소소송'를 통해 최종 처분을 미뤄왔던 건설사들은 '심판의 날'이 다가오자 조급함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사면 검토 방침을 밝히자 업계는 이를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사면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완화하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발의돼있지만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 건설사들의 입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상황으로 사면법에 따라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사면 조치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현실화되면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로 국내 경기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정치권에 행정처분 경감 필요성을 설득하고, 사면에 대한 로펌 자문을 받는 등 전방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달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경제인 사면을 건의했으며 대통령이 이에 "당의 건의 내용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야당은 현실적 측면을 인정하더라도 4대강 사업 등에서 이뤄진 건설사들의 입찰담합으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됐다는 점에서 사면을 통해 이들의 부정이 유야무야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6월 건설업계와의 비공개 면담에 참석했던 새정치연합 고위 관계자는 "업계가 담합으로 경제민주화와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 점은 인정하나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면 전반적인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입찰제한 업체라는 꼬리표 때문에) 해외 수주도 안 된다"며 "감경을 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사실상 정부에서 수시로 깎아줘 과징금 액수가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넘어서지 않는다. 담합해서 이익 챙기고, 과징금 깎아주고, 입찰제한까지 사면으로 풀어주면 3가지를 사실상 다 용인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2년 사면에서도 다른 경제사범들은 구제했지만 담합 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았다"라며 "특히 4대강 사업에 대해 세금 낭비와 애초의 목적을 실현하지 못 했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면제해준다면)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무시하고) 면죄부를 주는 결과라고 보인다"고 말해 입찰담합 건설사들의 사면에 대한 정치권의 엇갈린 시각을 명확히 드러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8·15 특별사면 검토 방침을 밝히자 입찰담합 건설사에 대한 행정처분 사면 등 경제인 사면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