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버냉키 의장은 정부가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현재의 이자율로 무한정 자금을 차용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장기적으로 재정 안정 지속성에 대해 강한 확신을 심어주지 않으면 우리는 금융 안정성뿐만 아니라 건전한 경제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융 시장의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재정 균형 회복을 계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의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신용시장의 안정 기미에도 불구하고 FRB가 금융 혼란 재발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그는 또 FRB가 장기간에 걸쳐 정부 지출분을 충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금융업이 여전히 압력을 받고 있고 신용 경색이 소비 지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버냉키 의장은 재정적자 우려가 이미 장기 미 국채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현재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FRB가 지난 3월 3000억달러의 장기 채권 매입 계획을 발표한 이래 1%포인트 가량 오른 상태다. 이날 버냉키 의장이 시장을 부양하는 역할을 해왔던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하자 장 마감 직전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 3.61%에서 소폭 하락, 3.54%를 기록했다.
◇국채 수익률 상승
버냉키는 "최근 몇주간 장기 미 국채 수익률과 모기지 고정금리는 증가해왔다"며 "이는 연방정부의 대규모 적자 우려와 더불어 경제 전망에 대한 낙관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의 역전, 그리고 모기지 회사들의 헤지와 관련된 기술적 요인 등에 기인한다" 고 말했다.
올해 재정적자는 1조8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이는 미국 경제의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버냉키는 이날 답변 중에 "재정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출 삭감이나 세금 확대 중 하나가 필요하다"며 "FRB는 채무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은행 계획
또한 버냉키 의장은 미 당국의 19개 대형은행 대상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 후 은행들이 보통주 발행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총 750억달러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 10개 회사가 480억달러까지 보통주를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버냉키는 은행들이 오는 8일까지 계획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는 조만간 (보통주 발행) 발표가 더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4배에 달하는 올해 재정 적자 예상분은 이제까지 대부분 금융위기와 관련한 비용으로 소진돼 왔다.
이와 관련해 RBS 증권사의 수석 국제투자자 알랜 러스킨은 "버냉키 의장이 재정 문제가 이미 재정정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FRB 신용도를 해칠 위험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으며, 유일한 방법이 양적 완화 정책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권 지원을 목적으로 8000억달러 가량의 재정 부양에 나선 결과 정부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인수했고 실업 보험급여와 같은 안전보호망 프로그램 경영 비용을 늘린 바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재정적자를 절반가량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만약 이 공약이 성공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는 역사적인 대규모 적자 행진을 얼마간은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버냉키 의장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950년대이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힘든 강행군'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전 FRB 부의장인 알랜 블라인더는 "지금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게 낫다"며 "재정적자를 다루기 쉬운 수준까지 낮추는 것은 힘든 강행군이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원 다수당 의원인 스테니 호이어의 경우는 기자들에게 "버냉키 의장이 전적으로 옳다"며 "우리는 빚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호이어에 따르면 하원은 7월4일 전에 정부 지출을 일부 삭감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그는 "(정부 지출의) 수혜를 누가 입느냐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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