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에서 '부자의 난'으로…전근대적 기업 민낯 드러낸 롯데

불투명한 지배구조…창업주 신격호 회장 독선 경영…대를 이어 벌이는 '골육상쟁'

입력 : 2015-08-02 오후 5:26:10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과 그 대리인격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벌이는 경영권 다툼은 연매출 83조원의 재계 5위 기업 롯데의 전근대적 경영행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투명하지 못한 기업의 지배구조, 해임지시에서 드러난 신격호 총괄회장의 독선, 아버지와의 전면전도 불사하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친족들의 이전투구 등이 어우러져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신격호의 밀실·황제 경영…이사회는 '종이 호랑이'
 
우선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분구조와 '밀실 경영'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그동안 신 총괄회장 일가는 낮은 지분에도 불구하고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5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전체 그룹 주식의 0.05%만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 등 일가를 모두 합쳐도 지분율이 2.41%밖에 되지 않는다. 신 총괄회장 일가는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400여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일본롯데홀딩스와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지분구조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일본 기업이라는 이유로 지배구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에서 아직도 전근대적인 밀실 경영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감시자가 없는 밀실경영은 신 총괄회장의 '황제 경영'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자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을 제외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손가락 해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그룹의 지주회사 이사들을 내쫓으면서 그 이유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다.
 
이같은 신 총괄회장의 행동들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그룹 문화가 더욱 문제다. 실제로 신동주·동빈 형제는 올해 초부터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도, 항상 첫번째 대의명분으로 '아버지의 뜻'을 내세워 왔다. 그동안 아버지의 권력이 절대적이었다는 반증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나를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임명한다고 했으며 이사들에게 그만두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아 아버지가 직접 일본으로 찾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 역시 올해 초 신동주 전 부회장 해임 당시 "아버님의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8일 신동빈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해임지시를 무효화시키기 전까지는 신 총괄회장의 결정이 절대적이었던 셈이다.
 
◇대 이은 골육상쟁…도 넘어선 진흙탕 싸움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이고 있는 부자·친형제·친족 간 진흙탕싸움도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현재 부친인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장녀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삼촌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편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 신 총괄회장의 갑작스런 일본행에는 신 전 부회장 외에도 신영자 이사장,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이 함께하며 장남을 행동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차남인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고령으로 판단이 흐려진 상태"라며 존재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맞서면서, 창업주의 건강문제까지 거론되는 형제간 골육상쟁에 비판의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형제간 다툼은 2세들만의 일이 아니다. 신 총괄회장 본인 역시 동생들과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며 현재 사이가 멀어진 상태다.
 
신 총괄회장은 1958년 자본금 150만원으로 롯데를 설립한 후 둘째 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과 넷째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과 분쟁을 벌이며 모두 회사를 떠나게 했다.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과도 법적 다툼이 있었으며, 사이가 좋은 형제는 신선호 회장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벌과 대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축이 돼 있지만 기업 주식을 개인 재산처럼 여기거나 적은 지분으로 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등 재벌 문화는 후진적이며 봉건 영주식으로 군림하기도 한다"며 "막장 골육상쟁 싸움으로 재벌기업의 고질적 병폐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주요 일지.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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