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공급 과잉, 수요 둔화와 더불어 달러 약세가 맞물려 지난달 하락세가 진행된 데 이어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저유가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유가가 100달러선까지 상승하며 수익을 톡톡히 챙겼던 에너지 기업들은 한 해 사이에 저유가 대비 조치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비용 감소 등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들만이 저유가 시대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유가
국제 유가가 저점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8월부터 6개월래 저점을 낮춘 유가는 연중 최저치인 43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90~100달러선을 등락했지만 현재 45달러선에서 맴돌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전망으로 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하락의 원인이다. 이란 핵협상으로 산유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석유수출기구(OPEC)는 감산 조치에 묵묵부답이다.
아울러 원유 최대 소비국인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향후 수요 전망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 3일 발표된 중국 차이신 제조업 지표는 2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져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을 키웠다.
미국 시애틀 엘리엇베이 선착장에 위치한 석유 시추 장비.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급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석유 생산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진퇴양난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에너지 기업들
저유가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유가 반등과 함께 60달러선이 지지될 것이라는 상반기 전망과 달리 유가 하락이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미국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의 2분기 순이익은 42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의 절반에도 못미친 결과다. 셰브론 역시 22억달러 손실로 2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영국 석유기업 BP는 2분기 6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다급해진 에너지 기업들이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맞추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네덜란드 정유사 로열더치쉘과 영국 센트리카는 연내 1만2000명 이상, 셰브론은 1500명의 직원을 감원하기로 했다. 로열더치셀은 일본 자회사의 매각하는 등 계열사 구조조정도 단행하고 있으며 영국 BP는 올해 투자 규모를 200억달러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저유가 폭탄에 심각한 재정 위기를 직면한 기업도 적지 않다. 미국 2위 석탄업체인 ‘알파 내추럴 리소시즈’는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상태다. '셰일 혁명'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자금난을 겪었고 결국 극단적인 상황에 치닫게 된 것이다.
◇현금 흐름 높은 기업들만 견뎌낼 것
굴지의 에너지 기업들이 비용 절감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석유 생산 국가들의 감산 없이는 국제 유가가 40달러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추가적으로 더 밀릴 경우 에너지 기업들의 파산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특히 에너지 기업들의 연간 실적 전망은 유가 추이에 변동적일 수는 있으나 대체로 전년 대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전과 같은 양을 채굴해도 유가가 하락해 수익성은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채굴량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기업들의 현금 창출 능력이 승부수가 될 것이란 시각이다. 또한 2016~2017년 유가의 반등을 점치는 의견도 있어 저유가를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론즈는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비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장기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하는 등 현금 흐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