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식 거래시장 K-OTC가 이달 출범 1년을 맞는 가운데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래량은 기대에 못 미쳤고 거래 기업 숫자도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K-OTC는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안전하게 매매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시장으로 작년 8월25일 첫 거래를 시작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 시장 출범 이후 일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5억6651만원에 달한다. 출범 첫날 거래량 3억5000만원보다 4배 넘게 증가한 것이지만 지난 연말 기준 평균 거래대금이 약 25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평균 약 10억원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거래가 원활하지 못하면서 K-OTC 전체 규모도 제자리 걸음이다. 이날 현재 132개 K-OTC 거래종목의 시가총액은 총 14조9035억원. 지난 연말(13조113억원) 대비 14% 늘어난 수준이다. 지정기업부(89개)와 등록기업부(43개)로 구분되는 거래종목은 지난 연말(114개) 대비 18개 늘었지만 등록기업부는 오히려 5개 줄었다.
금투협이 K-OTC 운영규정 개정을 통한 세제혜택 확대로 K-OTC 시장 유인을 독려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장외거래라는 K-OTC 시장 특성상 거래활성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흡한 거래량에 K-OTC 시스템유지보수 비용과 관련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K-OTC 시장은 앞서 그랬듯 앞으로도 대어급 상장 이벤트에 반응하며 반짝 반등 흐름을 반복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하루 거래대금 15억원 수준으로 시스템유지보수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K-OTC 시장 출범 초기 제일모직이나 삼성SDS와 같은 대어급 상장 이벤트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증했지만 이들 종목이 빠지면서 이 같은 흐름이 주춤한 상태다.
물론 K-OTC 설립을 통해 장외유통시장이 투명해진 점은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K-OTC 시장 개설을 통해 사설시장 거래안전성을 확보했다"며 "장외주식의 코스피나 코스닥시장 상장에 앞서 가격발견 기능을 제공했고 사실상 전무했던 장외유통시장을 형성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세(0.5%)가 높고 장외거래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20%)가 있다는 점 등은 거래활성화에 여전히 큰 제약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내주식과의 세제차익 부분은 거래활성화 걸림돌"이라며 "미국이나 영국처럼 장내와 장외시장의 세제차이를 없애거나 오히려 장외시장에 일정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