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 변수로 부상하는 일본 시민사회

안보법제 시위로 ‘기지개’…광복·종전 70주년 '희망'은 어디에

입력 : 2015-08-09 오전 9:52:19
한반도 정세는 ‘2차 대전 종전 70주년 외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광복 70주년은 여기에 묻혀버렸다. 70년 전 광복이 되던 날에도 그랬다. 미국과 소련의 전략에 의해 한반도 분단의 시발점이 된 날이었다. 광복 70년은 분단 70년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 것처럼 지금도 국제정세가 한반도 문제를 짓누르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2차 대전 종전 70주년 외교의 정점에는 일본이 있다. 일본은 8월 15일을 앞두고 아베 담화를 통해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할 예정이다.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이해 일본이 해야 할 일은 전쟁과 침략과 식민지 강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다. 이것이 종전 50주년인 1995년 있었던 무라야마 담화의 기본 정신이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와 반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반성과 사죄 없이 전후 70년간 지속되어온 패전의 멍에에서 벗어나고자 재무장의 길을 선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인터뷰를 했다. 1965년 공개된 ‘미쓰야 계획’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 구출을 이유로 한반도에 대한 군사력 진출을 계획해왔다. 1997년 1차 개정된 미·일 안보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른바 ‘주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반도에서 일본 자위대가 수행할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종전 70주년을 앞두고 그간 분주히 움직여왔다. 작년 7월 내각 결의로 평화헌법의 해석을 변경해 집단자위권을 허용했다. 일본의 평화헌법 9조는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써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역대 일본 내각은 이러한 헌법의 정신에 따라 일본이 공격받을 경우 최소한의 방어를 한다는 ‘전수방위’의 원칙을 지켜왔다. 아베는 이를 부정하고 전쟁 가능한 일본을 위한 첫 삽을 든 것이다.
 
이후 아베 총리는 2차 대전 강화조약인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일인 4월 28일에 맞춰 올해 4월 미국을 방문했다. 아베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일을 ‘일본 주권 회복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미·일 가이드라인을 두 번째로 개정했다. 지구방위대로서 자위대를 세계 곳곳에 파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더욱 용이해졌다. 일본은 한국의 동의가 없어도 북한 지역에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다.
 
한미동맹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독도에서 한일 간의 충돌을 가정한다면 미국은 미일동맹을 우선시할 것이다. 이 경우 한미동맹에서 한국이 ‘방기’될 가능성이 있다. 센카쿠열도 문제로 중국과 일본이 충돌할 경우 미일동맹에 따라 미국이 개입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도 한미동맹에 따라 중·일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의 안보 환경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해 ‘한국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말만 하고 있다.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말과 같이 하나마나한 요구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히 주장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집단자위권 행사와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11개의 안보 관련 법률의 제정과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중의원을 통과했다. 일본의 야당과 시민사회는 60년대 안보투쟁 이후 처음으로 안보 관련 법제에 대해 반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진출은 눈부시다. 대학생과 고등학생들도 나섰다. 유모차를 이끈 여성들도 참여하고 있다. 일본 시민사회는 노·장·청이 뭉쳐 ‘전쟁반대’ ‘평화헌법 사수’를 외치고 있다. 장기간 침체되어 있던 일본의 시민사회가 활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일본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동아시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가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일본 시민사회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동북아에서 국가간 갈등이 아닌 평화와 협력의 질서로 작용하게 하는 힘이 일본 시민사회에서 생기고 있는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남북관계에는 분단 극복의 희망이 없다. 실종된 남북관계 때문에 일본 시민사회의 움직임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이 광복 70주년의 씁쓸한 풍경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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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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