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2무' 한국, 7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

유럽파 전원 결장한 가운데 달성한 쾌거

입력 : 2015-08-10 오전 9:42:32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7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유럽파 선수들 없이 이뤄낸 결과다. K리그를 포함한 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동아시아 경쟁국 선수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였다.
 
한국은 9일 오후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최종전 북한과의 경기를 0-0 무승부로 마쳤다. 이후 치러진 중국과 일본의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이로써 한국은 1승 1무 1패의 중국과 북한을 제치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2003년, 2008년 대회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이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가 주최한 2015동아시안컵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김영권이 9일 오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News1
 
◇중국-일본 비기며 '무패' 한국이 우승
 
북한(최종성적 1승1무1패·승점 4)을 제압하면 자력우승이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최종성적 1승2무·승점 5)은 이날 북한과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까닭에 중국-일본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만 했다. 중국-일본 경기에서 일본이 이기거나 비긴다면 한국이 우승하고, 중국이 이긴다면 2승1패를 기록한 중국이 최종 우승을 거머쥐게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중일전이 무승부로 종결되며 중국(최종성적 1승1무1패·승점 4)은 한국을 누르고 1위 자리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중국과 북한은 승점이 같았으나 승자승 원칙에 의해 중국이 2위가 됐고, 북한이 3위가 됐다. 일본(최종성적 2무1패·승점 2)은 한 번도 못 이긴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호주 아시안컵 대회에서 아쉽게 2위로 우승을 놓쳤던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감독이 된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독일 분데스리가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의 클럽을 맡으며 정상에 수차례 올랐던 그는 한국에서는 아직 우승 기록이 나오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
 
간신히 우승한 경우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무패팀'은 한국뿐이다. 게다가 한국은 3경기를 치르면서 1점만을 내줬다. 북한과 중국은 물론 일본마저 수비전을 펼치면서 이번 대회는 전반적으로 점수가 적긴 했지만 한국은 그 와중에 최소실점과 무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우승한 한국이 대회의 주요상을 휩쓸었다. MVP는 장현수(24·광저우 푸리)에게 돌아갔고, 김영권(25·광저우 에버)이 수비상을 받았다. 최우수 골키퍼상은 북한의 이명국(29·평양시체육단)이 받았고 득점상은 일본의 무토 유키(27·우라와 레즈·2골)에게 돌아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북한과 무승부
 
이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첫 경기인 중국전서 맹활약을 펼쳤던 멤버들을 그대로 기용했다. 이정협이 원톱으로 배치됐고 2선에는 이종호와 김승대, 이재성이 올랐다. 중원은 권창훈과 장현수가 맡았고, 수비진은 이주용과 김영권, 김기희, 임창우가 배치됐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전반전의 한국은 초반부터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북한을 몰아붙였다. 시작 직후에는 빠르고 정교한 패스로 북한이 분위기를 잡는 듯 했지만 한국이 잘 찾아왔다. 이후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상대 수비진을 적극 흔드는 움직임이 나왔고, 빠른 역습으로 자연스런 득점 기회도 노렸다.
 
그러나 북한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전반에 슈팅 14개를 퍼붓고도 점수는 내지 못했다. 이종호의 과감한 슈팅은 상대 골키퍼 정면에 다다랐고, 수비수 장현수의 중거리포는 골대를 벗어났다. 권창훈이 절호의 득점 기회에 날린 슈팅은 골대를 넘겼다. 한국은 북한 골키퍼 리명국을 뚫지 못하거나 스스로 골대 주변에 슈팅하며 기회를 놓쳤다.
  
후반전 양상도 다르지 않았다. 난타전 속에 골은 없었다. 잇단 슈팅은 시원했지만 점수는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북한은 후반 19분 로학수 대신 장신 공격수 박현일을 투입해 한 골만 잘 노리려 시도했다. 이에 한국은 바로 정우영과 정동호를 차례로 투입해 '공중전'에서의 우위를 노렸다.
 
선수들을 바꾸고도 점수는 역시 나오지 않았다. 후반 25분 권창훈의 크로스에 이재성이 시도했던 헤딩 슛은 골대를 크게 벗어났고 바로 이어진 김승대와 이정협, 권창훈의 연속 슈팅은 정확도가 떨어진 채로 마무리됐다.
 
한국은 후반 43분 이재성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해 마지막까지 득점을 시도했다. 그러나 양 팀의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북한전을 0-0의 무승부로 마쳤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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