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2000선을 내주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시작과 함께 글로벌 공조로 그리스 문제가 해결 조짐을 보이고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로 인한 극도의 혼란이 일단락되면서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미국 금리인상 우려로 인해 달러화 강세가 확산되며 위험 자산 기피라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을 크게 빗나가면서 시장에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나오고 있다. 소위 실적, 모멘텀, 수급 주체의 부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실적이 급락하며 정부의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시장 방향성은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거시지표 결과와 달러화 추세, 그리고 외국인 수급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선택이 과연 무엇인지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외국인은 지난 7월 약 1조8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도를 걱정하는 것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위기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도는 추가적인 자본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이탈이라는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외국인 매도가 한국증시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라는 분석은 맞다. 그러나 금년 6월말까지 외국인 누적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에 달했다.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인 배경이기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이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6조원 규모의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즉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예컨데 한국경제의 펀더멘탈과 정부의 정책의지가 여전히 긍정적이라면,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진정될 경우에는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 매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이 같은 시나리오가 단기간에 실현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달러화의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미국 달러화 강세의 이유는 바로 ‘미국경제의 회복’을 바탕으로 금리인상이 8년여만에 시작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와 궤적을 같이한다. 미국 달러화 약세가 오랫동안 유지된 2000~2007년은 IT 버블붕괴와 9.11테러, 이라크 전쟁 등 미국이란 패권국가가 만만하게 보였던 시기와 일치한다. 거꾸로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펀더멘탈도 강하다면 당분간 달러화 강세는 ‘대세’라는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달러화 강세가 약해지는 시그널은 무엇이 될 지 생각해 봐야한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에는 거시 경제 지표가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 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면 현재의 스케줄 대로 금리 인상을 진행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기 여건이 둔화된다면 그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공감대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간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8월에도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 금리인상이 결정된 후의 달러화 향방은 어떨까? 오랫동안 시장악재로 작용하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결정된 후 달러화 강세가 계속 확대되는 것은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 태도를 보일 때 가능하다. 그러나 옐런 연준 의장이 수 차례 밝혔듯이 금리인상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금리를 인상시키더라도 저금리라는 시장 환경이 유지된다는 판단이 설 경우 달러화는 현재의 상승세를 멈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수 차례 예고된 미국의 금리인상은 새로운 위험보다는 불확실성 해소 차원으로 있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를 계량화하고 달러화 강세의 최종 목표와 기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 변화와 정도에 따라 우리가 기회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은 커져 간다. 그러나 선진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강세가 상당기간 이어졌던 만큼 변화 가능성은 새로운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첫 번째 금리인상 이후, 빠르면 금년 말 혹은 오는 2016년에 그 가능성이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증시가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다시 상승세에 진입할 확률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정부의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변수와 함께 하반기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을 눈 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