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우승한 한국축구, 이제 다시 K리그다

K리그 클래식, 12일 재개

입력 : 2015-08-11 오후 3:40:36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의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남자부 리그 우승은 K리거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7년 만의 정상 등극 외에 K리그의 경쟁력을 확인한 점도 이번 대회의 큰 성과로 꼽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2~9일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중국, 일본, 북한을 상대로 1승2무의 성적을 기록하며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03년과 2008년 대회에 이은 세 번째 우승이다.
 
이번 대회에서 중심축을 이룬 것은 15명의 K리거다. 국제축구연맹(FIFA) 지정 A매치 데이가 아닌 탓에 유럽·중동 선수 출전이 어려웠던 이번 대회에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과 일본 리그 선수의 수마저 줄이고 K리거를 대거 중용했다. 심지어 A매치 경험이 없는 K리거 5명을 발탁해 그 중 4명을 운동장에 내보냈다. 김승대(포항), 이종호(전남), 권창훈(수원), 임창우(울산)이 그 주인공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평소에도 "K리그에서 열심히 잘하면 언제든지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의 엔트리 구성은 이런 슈틸리케 감독의 평소 철학이 반영됐다. 한국은 유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주요 선수 중 다수가 빠지면서 우려감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K리거를 앞세워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중국전 2득점을 K리거가 써냈다. 전반 44분 김승대가 상대 수비 뒤를 침투해서 오른발 슈팅으로 점수를 만든 데 이어, 후반 12분 속공 상황에서 중국 수비 뒤를 침투한 김승대가 이종호에게 어시스트해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남북전 전 김창복 북한 감독이 한국팀의 가장 경계하는 선수로 해외파가 아닌 김승대를 지목할 정도였다. 이 외에도 존재감을 뽐낸 K리거로는 '박지성+이청용'이라는 호평을 받은 이재성(전북), 최상의 컷팅 능력을 보인 김기희(전북), 최전방 원톱을 나눠 수행한 김신욱(울산)과 이정협(상주), 골키퍼 김승규(울산) 등을 들 수 있다.
 
◇2015 동아시안컵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9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News1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K리거 대거 발탁과 이와 관련된 우려에 대처하는 '뚝심' 덕에 한국 축구의 인재풀이 넓어졌다. 부임 11개월 만에 낳은 긍정적 결과다. 주말마다 원거리를 뛰며 K리그 관전을 해오던 슈틸리케 감독의 고생은 헛되지 않았다.
 
이제 이같은 결과를 한국 축구의 진정한 발전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선전하려면 인재의 지속적 발굴과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K리그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 사실을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현재 K리그는 일부 인기팀 더비를 빼면 관중수가 네 자리를 넘기기 어렵다. 일부 시민구단은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단 해체가 거론된 팀도 있다. '위기론'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인재 발굴이 놀라울 정도다.
 
이제 동아시안컵 우승 주역들이 펼치는 K리그 클래식이 12일 재개된다. 동아시안컵으로 만들어낸 성과를 무위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팬들의 응원, 사회의 관심을 바탕으로 리그 발전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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