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0%대의 중금리 대출이 출시된 지 두 달이 넘은 가운데 은행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은행들은 실적이 시원치 않거나 상품 출시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보증기관을 끼고 있느냐에 따라 실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마냥 은행들의 역량을 탓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000030)이 지난 5월말 출시한 5~9% 중금리 대출 상품 '위비모바일대출'은 10일 기준 대출취급건수와 금액이 각각 5900건, 240억원으로 집계됐다.
출시 한 달 만에 100억원, 두 달 만에 2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대출한도가 1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이 상품은 우리은행과 SGI서울보증보험이 공동 개발한 상품이다.
다른 은행들은 중금리 대출 실적이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신한은행이 지난 6월에 내놓은 금리 5~7%대의 스피드업대출의 신청건수와 신청금액은 각각 4500건, 14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6월 출시한 모바일 플랫폼 'i-ONE' 뱅크에 중금리대출 상품 탑재를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못 정하고 있다. 지난달 6~10%대의 이지세이브론을 내놓은 하나은행도 아직 실적이 미미하다.
보증기관과의 협약 여부에 따라 은행권 중금리 대출 실적이 갈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서를 발급해준 고객들을 상대로 대출을 취급하기 때문에 리스크 부담이 전혀 없다. 보증보험 한도는 2000억원으로 정해져 있어 무기한 팔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
보증기관을 잡지 못한 은행들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과 접촉하고 있으나 중금리 대출 협약을 확대하는 것에 부정적인 분위기"라며 "부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신용 고객에 대한 정보나 심사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있다. 은행들은 자체 신용등급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등급 5등급 이하 고객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대출을 늘릴 수 없다"며 "상환 능력이 확실한 고객을 추려서 대출을 내주다보니 실적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은행들이 어쩔 수 없이 팔고 있지만 보증기관에 기대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가 요원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업권으로부터 '고금리 장사를 한다' '고객을 뺏아간다'는 눈살을 받으면서도 은행이 떠안고 있다"며 "저신용자들이 주를 이루는 저축은행 등 2금융이 자체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거나 보증서 발급 등을 지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