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이틀연속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통화 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에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미 부진한 수출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어 글로벌 환율전쟁에 한국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통화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본격적인 금리인상 이전인 3분기가 추가 금리인하에 적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인 1.86% 인하한 데 이어, 12일 1.62% 추가 인하했다. 사진은 한 남성이 홍콩의 환전소 앞을 지나는 모습. 사진/뉴시스
현지시간으로 12일 중국 인민은행(PBOC)은 달러·위안 환율을 전날 보다 1.62% 올린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 달러·위안 기준 환율을 사상 최대폭인 전일 대비 1.86% 높은(위안화 가치 하락) 6.2298위안으로 고시해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지 하루 만에 취한 추가적인 조치다.
인민은행은 전날 위안화 절하 직후 "수출 부진을 고려한 일회성 조치"라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추가 조치를 단행해 버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목표 절하 수치까지 지속적으로 추가 절하할 수 있어 선제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우리나라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떨어 뜨려야 우리나라도 환율전쟁에서 방어막을 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도 "위안화 평가절하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랑 비슷한 만큼 한은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달에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금통위원의 소수의견이 나온다면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직전인 다음 달이 추가 금리인하가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전격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수출 증대'에 방점을 찍은 만큼 한국의 수출과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본적으로 중국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기술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 중국 기업의 수출 채산성 개선은 오히려 국내 기업에는 타격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악화와 중국 구매력 약화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가 수출 경기의 추가 악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수출이 이미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위안화가 약세를 나타내면 우리나라 수출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만큼 원화도 동조화를 보이고 있어 한은이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신홍섭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단 한국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은은 중국의 정책 스탠스를 확인할 것"이라며 "만약 원화가 위안화와 달리 강세를 보이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 약세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 11일 깜짝 위안화 절하 발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9원 오른 1179.1원에 마감했으며 12일 추가 절하 발표로 11.7원 오른 1190.8원에 장을 마치며 2거래일동안 무려 37.6원이나 올라 원화 가치가 3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