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공황의 위기가 일상화된 가운데 마르크스주의가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을 경제의 근간으로 보는 사상입니다.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자본을 획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경쟁 대열에서 낙오돼버리고는 하는데요. 문제는 이런 낙오자들이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중산층의 두께가 얇아지고, 부는 소수의 자본가들에게 집중되면서 자본주의의 그 지속가능성마저 의심 받고 있는데요. 이처럼 자본주의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데 거듭 실패하면서 마르크스주의가 대안으로서 다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커졌다고 해서 사회 전체가 돌연 다시 자본주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마도 엄청난 규모의 사회 대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사실 대부분의 개인들이 자본주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상 속에서 예금과 주식 등 모두들 작게나마 수많은 자본 요소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가만히 사회가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되어져야 하며 새로운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해 보는 것은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다른 삶은 가능한가: 마르크스주의와 일상의 변혁(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엮음, 한울아카데미 펴냄)>는 바로 그런 고민을 하기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입니다.
◇일상의 변혁을 꿈꾸다
이 책은 올해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제7회 맑스코뮤날레대회의 발표 글 중 일부를 엮은 것입니다. 맑스코뮤날레는 마르크스, 코뮤니스트, 비엔날레의 합성어라고 하는데요. 2003년 5월 창립대회 이후 격년으로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좌파 연합학술문화제의 명칭입니다. 이 책에는 올해 대회의 주제인 '다른 삶은 가능한가: 마르크스주의와 일상의 변혁'을 위해 집필된 글 중 10편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들은 일상생활이라는 미시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난 2013년 대회에서 제안된 주제 '세계자본주의의 위기(분석)와 좌파의 대안'을 일상적인 차원에서 구체화한다는 취지인데요. 책은 '욕망의 정치경제학과 일상의 금융화', '감성혁명과 일상생활의 정치화', '사회적 재생산을 중심으로 한 일상의 재편', '코뮤니즘 사회의 일상에 대한 상상' 등 총 4부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선 책 전반의 문제의식을 아우른다고도 볼 수 있는 홍훈의 글을 볼까요. 홍훈은 '욕망의 정치경제학과 한국사회의 욕망'이라는 글에서 한국사회의 욕망이 획일화되고 규격화된 상황에서는 정치나 금융, 환경에 대한 대안 체제나 정책을 세울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는 이를 약화시키기 위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규범적 차원에서 욕망체계에 부분적인 위계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다차원적으로 욕망을 설계하고 이에 대해 사회가 합의하며, 또 교육도 이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진경의 경우 '대중정치와 정치적 감수성의 몇 가지 체제'라는 글에서 각 시대를 특징짓는 감수성의 정치가 가진 장단점을 비교합니다. 상세한 사례들의 분석을 통해 저자는 대중의 정치적 감수성의 폭이 넓고 변화무쌍하다면서, 각각의 감수성 간 차이를 비난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감수성이 결합될 수 있는 고리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밖에도 일상에 나타난 여성빈곤의 측면을 분석한 글, 여성의료협동조합의 결성과정을 소개한 글 등 책 속에서는 현실에 좀더 가까이 접근해 분석을 시도한 다양한 글들이 소개됩니다. 또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선 코뮤니즘 사회에서의 다른 삶을 전망하는 글도 실려 있습니다. 자본주의적 노동시간으로부터 해방된 개인들이 각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자유로운 자기발전을 꾀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키워드가 바로 '일상의 변혁'이라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일상의 변혁에 대한 이들 학자의 상상 중에는 설득력이 있는 대목도 있지만 실생활과는 다소 괴리감을 자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어낼 만합니다. 마르크스주의를 그저 옛 책 속 낡은 사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삶을 위한 지침가이드로 삼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서 저자들이 언급한 내용 외에 다른 삶을 향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는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할 듯하네요.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