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아베 담화’ 긍정 평가

광복절 경축사 발표…‘남북 이산가족 문제 해결’도 강조

입력 : 2015-08-15 오후 12:29:29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발표한 전후 70주년 담화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중앙경축식에서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같이 말하고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해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해외 주요 언론들은 아베 담화에 비판적
 
아베 총리는 전날 담화에서 침략, 식민지배, 반성, 사죄 등 이른바 4대 키워드를 모두 언급하긴 했지만 ‘일본의 역대 내각이 내놓은 반성과 사죄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일본 <아사히신문>마저 이날 사설에서 “매우 부족한 내용”이라고 비판했고, 주요 외신들도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교부 공식 논평을 통해 “군국주의 침략전쟁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분위기와 달리 비교적 좋은 평가를 내놓은 박 대통령은 “이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며 강조했다. 이런 태도는 미국 정부와 유사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아베 총리가 이전 정부의 역사 관련 담화를 계승한다고 한 약속 역시 환영한다”며 “일본은 전후 70년 동안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보여줬고 이런 기록은 모든 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대리인을 통해 공물 비용을 내는 방법으로 예를 표했다. 아베 내각의 아리무라 하루코 여성활약담당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 등 장관급 인사들과 국회의원들은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위기관리 해법 없는 대북 메시지
 
이번 광복절 경축사의 또 다른 관심사는 대북 메시지였다. 휴전선 목함지뢰 사건과 대북 확성기 재가동, 북한의 위협적인 성명 등으로 긴장이 치솟은 상황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가 주목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상황을 관리하고 해결할 만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은 채 그동안 해왔던 북한 관련 발언을 종합하는 수준에 그쳤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최근에는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다”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 향상과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자신의 대선 공약인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에 북한이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는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이라며 “북한도 동참해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남북 보건의료와 안전협력 체계 구축 ▲보건·위생·수자원·산림관리 등 공동의 문제 대처 ▲남북 철도 연결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 등 학술문화 교류 ▲축구·태권도 등 체육교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방적인 대북 제안만 있을 뿐 남북대화가 성사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5·24 대북 제재 조치의 해제나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등 북한의 요구사항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또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4 정상선언은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 “훌륭한 경축사” vs 새정치 “비전 없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절제되고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매우 훌륭한 경축사”라며 “아베 담화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하며 통 큰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 비무장지대(DMZ) 도발에 대한 단호하고 철저한 응징과 함께 대화의 필요성과 민간교류확대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역설했으며, 북한의 동조를 촉구한 것은 매우 시기적절했다”고 평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한반도 평화와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한 큰 틀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통상적인 수준의 경축사”라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유 대변인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고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은 7·4 공동성명만 언급했는데 남북화해와 협력의 소중한 역사적 성과를 거둔 6·15와 10·4 공동선언도 존중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의 담화는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인데 혹여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중앙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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