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을지연습' 시작…군사적 긴장 ‘위험수위’

DMZ 목함지뢰 사건 이후 분위기 날로 악화…위기관리 처방은 없어
대북 확성기·전단 등으로 자극…합참 “도발 가능성 높아져”

입력 : 2015-08-16 오전 10:40:31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 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각각 열리는 매년 3월과 8월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이다. 준전시상태에 들어가는 북한은 신경질적이고 위협적인 말을 쏟아 내고, 남북대화는 중단된다. 매년 비슷한 양상이지만, 2013년 키리졸브 연습 전에 있었던 북한의 3차 핵실험 같은 악재가 추가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당시에는 미국의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등이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니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고사령부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흐른 2015년 8월, 한반도가 다시 예사롭지 않은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7일부터 28일까지 2015년 UFG 연습이 실시되는데,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 이후 남·북 간 분위기가 험악해진 상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한미연합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는 15일 UFG 연습 일정을 공개했다. 연합사는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고 역내 방어와 연합사의 대비 태세 향상을 위해 실시되는 정례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의 훈련”이라며 “수개월에 걸쳐 계획된 것이며 최근 상황과는 무관하다. 미군은 물론 한국군 육·해·공·해병대 및 정부관계자들도 연습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합사는 “연습에 참가하기로 예정된 유엔 전력 제공국은 호주와 캐나다, 컬럼비아,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이며 중립국감독위원회는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은 판문점 확성기를 통해 북한에도 통보했다.
 
UFG는 주로 한국과 미국의 장병들이 정보체계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 연습이다. 올해 연습에 참가하는 병력은 예년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군 측에서는 외국에서 활동 중인 병력 3000여명을 포함한 3만여명이 참가하고, 한국군은 5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실제 무기가 투입되지 않는 지휘소 연습이지만 최근 대북 확성기 재가동에 따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에 철저히 대비하며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UFG를 집중 비난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미국은 핵위협과 공갈을 비롯 우리에 대한 모든 적대적인 위협을 걷어치워야 한다”며 UFG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대변인은 “우리 공화국은 핵 억제력을 비롯하여 세계가 알지 못하는 현대적인 최첨단 공격과 방어수단을 다 갖춘 필승불패의 최강국"이라며 "군사연습이 강행되고 그 강도가 높아질수록 그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도 최대로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북한이 발표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는 미국이 이번 UFG에 전략폭격기 B-2A와 스텔스폭격기 F-22A를 투입해 훈련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UFG 연습만으로도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목함지뢰 사건 이후 이미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터라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군은 이날 오전에도 확성기 발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UFG에 관한 국방위 대변인 성명과는 별도로 인민군 전선사령부가 ‘공개경고장’을 통해 밝힌 입장으로, 10일 확성기 방송이 11년 만에 재개된 후 북한이 내놓은 첫 번째 반응이었다. 전선사령부는 "대북심리전 방송 재개는 북남 군사적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 행위이고 우리에게 선전을 포고하는 직접적인 전쟁 도발"이라며 “방송을 즉시 중지하고, 설치했거나 설치 중에 있는 고정 및 이동형의 모든 심리전 수단들을 모조리 철거하는 조치를 취하라”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최윤희 합참의장은 예하부대 작전지휘관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적이 도발한다면 강력하고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합참은 “작전지휘관 회의에서는 북한의 지뢰 도발 이후 우리 군이 강력한 대응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북 심리전 활동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도발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긴장은 군이 DMZ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내린 후 하루가 다르게 고조돼 왔다. 남측이 확성기를 다시 틀자 북한은 12일 군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으로 만든 과녁에 실탄 사격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어 탈북자단체가 14일 대북 전단 20만 장을 북으로 날려 보내는 일이 일었다. 그러자 북한군 전선연합부대들은 공개담화를 통해 "불바다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같은 날 북한 국방위 정책국은 지뢰 폭발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전면 부인했고, 이에 합참은 북한군 총참모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우리의 응당한 조치에 무모하게 또다시 도발을 자행한다면 가차없이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같은 공방이 실제 군사적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고, 나아가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두루뭉술한 원칙론만 강조했을 뿐, 예사롭지 않은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과 대북 확성기 재가동 등으로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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