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가 4회까지 진행된 가운데 시청률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5일 방송된 1회가 11.6%(닐슨 코리아 전국기준)로 순조롭게 출발했고, 13일 방송된 4회는 16.3%를 기록했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지상파에서 방송된 월화·수목 드라마를 통틀어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동시간대 방송 중인 KBS2 <어셈블리>(13일 방송분 4.7%), MBC <밤을 걷는 선비>(7.4%)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광고도 1~4회 모두 완판 됐다.
드라마의 제목인 '용팔이'는 용한 돌팔이 의사의 줄임말로 한신병원의 외과의사 김태현(주원 분)을 지칭한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고 환자에 대한 마음도 따뜻하지만, 동생 수술비를 대기 위해 진 사채 빚 때문에 조폭 왕진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워낙 돈을 밝히는 까닭에, 주위 의사들에게는 '속물의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사진/SBS
김태현이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재벌가 한신그룹의 상속녀 한여진(김태희 분)과 만나면서 벌어질 이야기가 <용팔이>의 핵심 내용이다. 3회에 두 사람의 짧은 만남이 이뤄지긴 했지만, 한여진이 여전히 의식불명이라 구체적인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하지도 않았음에도 <용팔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각에서는 드라마의 성공요인으로 의학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소재의 접목, 카체이싱 등 스케일 큰 액션, 자본권력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정서를 이용한 메시지, 주인공 주원의 열연 등을 꼽고 있다.
<용팔이>는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학드라마다. 목숨을 두고 벌이는 의사들의 사투와 환자들의 슬픈 스토리, 실감나는 수술 장면 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장르다. <용팔이>는 이러한 장르물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따르면서, 조폭을 치료하는 왕진 의사, VIP 병동 등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소재를 이야기 줄거리와 절묘하게 접목시켰다는 평가다.
의학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스케일 큰 액션도 초반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 몫 했다. 특히 1회에 등장한 카체이싱은 영화 못지않은 훌륭한 장면으로 꼽힌다. 속도감과 함께 스펙타클한 장면을 만들어낸 오진석 PD의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또 김태현과 조직폭력배 두목 두철(송경철 분)이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역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용팔이>의 주 무대는 일반적인 외과가 아닌 VIP 병동이다. 상위 0.1%만이 입원할 수 있는 특수 공간이다. 드라마는 VIP 병동을 통해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조차도 자본으로 힘이 나눠지는 서열사회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김태현의 진심을 통해 VIP로 상징되는 자본권력의 횡포를 처단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최근 영화 <베테랑> 등 자본권력을 풍자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연기 폭이 넓은 주원의 역량도 드라마의 인기요인 중 하나다. 속으로는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간직하며 언제나 환자의 목숨을 생각하는 의사의 신념을 보이면서도 겉으로는 돈을 밝히는 도발적인 속물 의사의 두 가지 면모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특별히 색다른 연기 톤은 아니지만 더욱 농익은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주원은 연기력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배우다. 상반되는 두 가지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있다. 주원의 안정된 연기력은 극 초반 높은 시청률에 크게 기인했다"고 평가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