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슈가맨>)은 방송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국내 최고 MC 유재석의 비지상파 첫 진출작인데다, 함께 이끌어가는 MC 또한 유희열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슈가맨>은 유재석과 유희열이 각자 팀을 이뤄 가요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원히트 원더'(한 곡 또는 한 앨범만 히트하고 사라진 가수)를 찾아내 대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원히트 원더'를 두고 '슈가맨'이라고 지칭했다. 양 팀은 슈가맨 2인을 찾아 가요계에서 사라진 이유와 그 이후의 행방을 알아보고 이들의 히트곡을 2015년 버전으로 재탄생시켜 승부를 겨룬다. 옛 히트곡으로 승부를 겨루는 두 가수는 '쇼맨'이라 부른다. 쇼맨은 매회 바뀐다.
이와 관련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를 공개하고 녹화촬영 소감을 들어보는 제작발표회가 18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기획을 맡은 윤현준 "CP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유재석과 유희열의 호흡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음악을 접목시킨 <슈가맨>은 먹을 것 많은 소문난 잔치가 될 수 있을까. 윤현준 CP와 촬영을 직접 담당한 정효민 PD로부터 관전 포인트를 들어봤다.
유재석과 유희열이 MC로 나서는 <슈가맨을 찾아서>가 오는 19일 첫 방송한다. 사진/JTBC
◇우리 몸 속에 숨어있는 설탕과 같은 노래를 찾아서
이 프로그램의 첫 기획은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Serching For Sugarman)에서 출발했다. 미국에서는 실패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크게 성공한 가수 로드리게스를 찾아 떠나는 작품이다.
이를 본 윤 CP는 국내에도 수많은 '슈가맨'이 있다는 판단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과거 한 때에만 유명했던 가수와 노래를 찾고, 그 노래를 2015년 버전으로 재해석한 곡을 쇼맨을 통해 무대화한다. 두 무대에 대한 평가는 양 팀이 제작한 곡이 발매된 시기에 태어난 일반인 11명이 한다. 이를 통해 3~40대에게는 향수를, 10~20대에게는 신선함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윤 CP는 "90년대 초반을 10대~20대로 지내온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익숙하고 좋아했었던 가수지만, 지금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을 찾아나서는 것"이라며 "시청자가 자신도 모르게 이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세월이 가면'을 부른 최호섭과 같은 인물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슈가맨의 선택 기준을 폭 넓게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윤 CP는 "슈가맨의 기준을 어디까지 명확히 할지는 모르겠다. 한 곡을 앨범 하나 내고 사라진 가수들만 하면 너무 적다. 짧은 기간을 활동하다 사라진 가수를 찾을까 한다"며 "우리 몸 속에 설탕처럼 어딘가에 남은 인물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람이 슈가맨"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판 새로운 형식의 예전 노래 '역주행송'
과거의 노래를 재해석한 예능은 타 채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MBC <나는 가수다>를 비롯해 KBS2 <불후의 명곡>, 최근 MBC의 <복면가왕>까지 비슷한 포맷이 많다.
제작진은 <슈가맨>에서 다른 예능에서 볼 수 있었던 지점도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포인트도 분명히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제작진은 작곡가 신혁과 신사동호랭이가 만드는 노래가 그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작곡가가 편곡한 신곡을 '역주행송'이라고 지칭했다.
윤 CP는 "두 작곡가 모두 굉장히 히트곡이 많다. 매우 세련되게 곡을 뽑아내더라"며 "어린 친구들의 경우 예전 곡보다는 이 두 사람이 편곡한 곡이 더 좋다고 하더라. 이 차이를 보는 것도 재밌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음보다는 스타일리쉬, 쇼맨의 퍼포먼스
무대를 구현하는 가수들 또한 기존 경연 프로그램에서 보기 쉽지 않은 가수들이다. EXID의 하니, 걸스데이의 소진이 1회 쇼맨으로 출연한다.
두 명 모두 엄청난 고음으로 열창을 하는 가수라기보다는 저음의 음역대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타입이다. 고음을 통한 열창보다는 스타일리쉬한 무대에 중점을 두겠다는 게 <슈가맨> 제작진이 밝힌 또 다른 포인트다.
윤 CP는 "하니나 소진의 경우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에 나올 정도로 고음의 음역대에서 돌고래 소리를 뽑아내는 가수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자기 스타일이 있다"며 "두 사람을 섭외한 이유도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승부할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뛰어노는 유재석, 대항마 유희열
<슈가맨>이 크게 관심을 받은 이유는 유재석의 비지상파 첫 진출이라는 점이 크다.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의 '자유로 가요제'에서 호흡을 맞추며 크게 인상을 남긴 유희열과 2MC 체제를 꾸민다.
왜 하필 유재석이었는지 궁금했다. 취재진은 "꼭 유재석이 아니더라도 이 프로그램의 MC를 볼 수 있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윤 CP는 "유재석이 아니더라도 물론 MC를 할 사람들은 있다. 하지만 유재석이 가장 잘 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유재석도 사라진 가수를 찾아 나선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유재석이 출연중인 프로그램에서 그의 롤은 주로 진행이다. 다른 패널들이 더 웃기고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서 만큼은 유재석보다 뛰어난 사람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슈가맨>에서는 유재석이 뛰어놀 수 있는 시·공간이 마련됐다고 한다.
정효민 PD는 "촬영을 직접 해보니 유재석이 다른 프로그램에서와 달리 조금 더 뛰어놀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다 더 많이 웃긴다. 특히 2회 촬영을 마치고 나서는 더욱 만족감을 드러냈다"며 "유재석의 활약상도 <슈가맨>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재석의 상대방으로 왜 유희열이 선택됐을까.
윤현준 CP는 "유희열은 언변이 좋고 음악 예능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유재석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실제로 유희열은 유재석에게 만큼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때문에 대결 구도가 제작진의 의도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이나·채정안, 장도연·허경환, 패널의 입담
미녀의 작사가로 알려진 김이나와 한 때 가수도 겸했던 연기자 채정안이 각 팀의 부팀장으로 등장한다. 김이나의 경우 작사를 직접 쓰기도 하며, 채정안은 특유의 흥과 댄스로 현장의 분위기를 돋웠다고 한다.
장도연과 허경환은 추억의 인물을 찾아나서는 역할을 한다. 이에 두 사람은 일주일에 두 번 촬영을 하게 된다. 개그맨 출신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뛰어난 입담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윤현준 CP는 "김이나 작사가와 채정안은 팀장이 남자이기 때문에 미녀라는 점에서 선택하게 됐다. 두 사람 모두 노래를 잘 알고 '슈가맨'을 찾을 때 결정적인 힌트를 내기도 했다"며 "장도연과 허경환 역시 뛰어난 입담을 발휘하면서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각 팀마다 벌써부터 팀워크가 생겼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슈가맨>을 두고 "한 방은 분명히 있지만, 시청자들이 어느 부분에서 좋아할지는 감이 잘 서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걱정이 된다고 밝히긴 했지만, 2회 녹화가 끝난 시점인 이날 두 제작진은 촬영에 꽤 만족감이 있는 모양새였다.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슈가맨>은 먹을 것 많은 소문난 잔치가 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을까. 유재석과 유희열이 출연함에도 파일럿 체제로 출발하는 이 프로그램은 오는 19일 오후 11시에 첫 방송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