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아빠의 위기

구조조정 앞두고 40~50대 '실직공포'
'엄마 신드롬'..불황에 가장의 시련 방증

입력 : 2009-06-15 오후 5:37:19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요즘 직장인이 체감하는 자신의 예상 정년은 평균 48.4세로 나타났다.

 

20∼50대 직장인 1155명을 대상으로 ‘현 직장에서의 예상정년’에 대해 물은 결과 50대는 59.3세로 답한 반면 20대는 40.8세로 답해 연령대가 낮을수록 예상 정년도 짧았다.

 

우리사회 경제 주축인 아빠들이 ‘실직공포’ 앞에 점차 무너지고 있다.


◇ 직장·가정서 찬밥..고개숙인 父性

 

15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40~50대 중고령 실업률은 지난 2월 기준으로 2.5%를 기록해 전체 실업률 3.9%에 비해 양호하지만 중고령 실업자 수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실업급여 신청자 증가율은 전 연령층 중 40대가 48.7%로 가장 높았다.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경우 40~50대 중고령자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은 한번 실직하면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중년기 퇴직 남성의 가정 부적응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직장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보통 '일하는 남성'으로 사회관계를 만들어온 가장들이 퇴직 후 가정에서 텅 빈 자기역할을 채우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주택마련을 위한 대출금을 갚지 못했거나 자녀가 교육을 마치지 못한 경우, 노후 자금이 여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한 경우에는 이로 인한 고통이 더없이 크다.

 

윤현숙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도시 남성의 은퇴 전 심리적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3.4점에서 은퇴 후에는 58.3점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 씩씩하고 다부지고..강한 母性

 

삼성생명이 주최한 청소년미술작품공모전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아빠의 존재를 그림에서 지웠다.

 

간혹 아빠를 그리더라도 담배를 피우거나 TV만 시청하는 등 스트레스에 찌든 ‘무관심 아빠'로 나타났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가시고기' 아빠를 위로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요즘에는 엄마가 아빠보다 훨씬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서 엄마가 해결사처럼 씩씩하고 다부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엄마가 일터로 나가고 아빠보다 더 능력있는 엄마가 가장 노릇을 하는 것은 불황에 따른 어려운 경제적 현실과 아빠의 추락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의 엄마는 가정내에서 희생만을 요구하는 부당한 현실과 싸웠지만 이제는 아빠 대신 생존 전선에 뛰어들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싸우고 있다.

 

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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