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구조조정 가속화…백신만 남기고 다 버리나

인력 16% 감소…R&D부서 대대적 개편

입력 : 2015-08-19 오후 1:42:45
SK케미칼(006120) 제약사업부의 인력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부서도 개편에 나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백신 사업에 집중하고 나머지 의약품 사업은 버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19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케미칼 제약사업부(Life Science Biz)의 직원수는 지난 6월30일 기준 929명(정규직 838명, 계약직 91명)을 기록했다. 전년(1104명) 대비 16%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연구소, 영업, 마케팅 등 전체적으로 인력을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R&D 부서도 재편성했다. 합성신약, 천연물신약, 개량신약 등을 담당하던 신약1~5팀의 부서명이 변경됐다. 혁신R&D센터, 제제팀, 평가분석팀으로 업무가 분장됐다.
 
매출도 급감해 사업 축소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제약사업부 2014년 매출액은 3852억원으로 전년(5047억원)비 23.7% 감소했다. 1년만에 1200억원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2015년 상반기 매출액은 1305억원으로 전년(1636억원)비 20% 줄었다. 이는 유통 물량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판매망의 변화가 시사된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SK케미칼이 여러 업체와 미팅을 하고 있다"며 "주요 제품의 영업권을 넘기거나 일부 유통업체만 거래(총판 영업)하는 방안 등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SK케미칼 제약사업부가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1987년 삼신제약을 인수해 제약사업에 뛰어들었지만 30여년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30여개 품목의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연 100억원을 넘는 품목은 알부민, 조인스, 엠빅스 등 5개 정도다.
 
백신과 혈액제에 집중하겠다는 시각이다. SK케미칼은 2000억원을 투자해 백신공장을 완공했고, 1000억원을 들여 혈액제 공장을 짓고 있다.
 
구조조정은 지난해 12월 제약사업부 수장에 오른 박만훈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신·바이러스 등 바이오의약품 전문가인 박만훈 사장은 SK케미칼이 백신과 혈액제에 사업을 집중하면서 득세한 인물이다.
 
SK케미칼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나머지 의약품 사업의 경우 해외 성공가능성이 있는 제품만 남기고 나머지는 접는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R&D 핵심과제의 방향성 재수립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원을 재배치한 것"이라며 "R&D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역할과 책임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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