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막대한 재정지출로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돼 그야말로 쓸 곳은 많은데 쓸 돈이 없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라졌던 각종 세금 부활과 깎아주던 세금을 줄이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짜내고 있지만 납세자의 반발이 우려돼 쉽사리 일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로 재정여건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 뻔한데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당국도 답답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재정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준 33.8%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매년 6%포인트씩 상승해 오는 2014년에는 51.8%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14년 GDP 대비 국가채무 51.8%
실제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에만 12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말 GDP 대비 국가채무는 35.6%로 예상된다.
올해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301조8000억원이다. MB정권들어 '감세'를 추진하면서도 새로 벌이고 있는 투자사업에 들어가야 할 예산이 줄을 서 있다.
게다가 올해 적자재정으로 국채발행에 투입되는 빚이 51조원에 달한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쓸 돈은 없다"는 예산 당국의 하소연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적자재정을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것.
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방법도 정부가 하면 어려워진다. 수입을 늘이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하지만 오랜 경기침체로 세수(稅收)기반이 취약해져 세금을 더 걷기도 쉽지 않다.
지출을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 올해 추경을 통해 추진하던 한시적 사업은 중단되겠지만 새 정부 들면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사업이나 4대강 살리기사업 등 대규모 사업의 예산을 줄이는것은 이 정권의 색채를 버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나마 수입이 줄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강하게 추진해왔던 '감세'드라이버를 느슨하게 하거나 아예 없애면 되겠지만 돌연 '증세'로 뒤짚는 것도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가 생각해낸 것이 비과세 감면을 줄이는 것이다.
◇ 비과세 감면 줄인다지만..
정부는 한시적으로 2~3년마다 연장하고 있는 비과세 감면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비과세 감면 규모는 지난해 26조9000억원이다. 10%만 줄여도 2조6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여기다 조세부담률을 1%포인트만 올리면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의 GDP가 9470억달러였으니 9조470억원 가량의 세수가 늘어난다. 계산대로라면 간단하게 12조원 가량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되는 셈이다.
조봉환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과장은 "우리나라의 재정시스템은 걷는 것은 적은데 쓰는 것은 많은 시스템"이라며 "결국 조세부담률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추경 당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5%다. 이는 지난 2005년말 기준 미국의 20.6%, 스웨덴 37.2%, 독일 20.9%, 영국 29.6%, 프랑스 27.8% 등 선진국들에 비해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조세부담률을 올리는데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긍정적이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 부장은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지출을 줄이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1%포인트 정도는 올려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2%포인트를 올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뾰족한 수는 없고..재정 적자 갈수록 산더미
현재의 씀씀이에 비해서는 거둬들이는 세금이 적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고 부장은 또 "정부의 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다시해서 지출을 줄여나가야 하고, 감세정책도 재검토하거나 연기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비과세 감면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줄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줄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생각하는 비과세 감면 규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과세 감면 대상은 주로 서민이나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이다. 그래서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여야의 입장차가 극명한 사안이어서 국회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세부담률을 올리는 것은 더욱 난감한 일이다. 관련 세금마다 관련된 법조항을 일일이 다 고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세제개편은 장기적 영향 등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여서 섣불리 시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래저래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재정적자는 하루하루 쌓여간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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