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기업의 투자가 실종됐다. 경제회복을 더디게 하는 주요인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기업도 정부도 투자를 늘리기 위한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세계경제 하락세 진정, 국내경제 회복세에도 회복 강도가 약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유가상승 우려 등으로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재정부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이 경기 회복 강도를 약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부는 지난 1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22.1% 감소했고, 전 분기보다 9.6% 감소했으며, 지난 4월에도 전년동월대비 25.3% 줄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5월 설비투자도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4개월 연속 상승에도 불구하고, 선행지표인 기계수주와 기계류 수입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부진한 모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업들의 '투자결핍증'을 비판했다.
윤증현 장관도 전날 위기관리 대책회의에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가 늘지 않아 국내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아직도 R&D와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실한 것은 큰 문제"라고 투자결핍증 기업들에 대한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가 지난 1일 종가 기준으로 집계한 '투자활동과 관련한 현금유출액'은 지난 1분기 14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 감소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33조4000억원(8%) 증가했다.
이에 대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면서 투자를 늘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면서 "중소기업에서 투자가 안되고 있을 뿐 대기업들의 투자수준은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경련이 자체 조사한 600대 기업의 투자현황을 보면 지난 2007년 75조원에서 지난해는 89조원으로 늘었고, 올해 말까지는 8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정부가 기업에게 '투자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기업환경개선 등을 통해 투자의 위험성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도 "사실 지금처럼 시장상황이 불안정할 때 기업들에게 투자를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며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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