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000120)이 잇따라 국내외 물류업계 인수전에 참여하며 M&A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류업의 특성상 몸집을 불리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장세를 가속화할 수 있는 데다, ‘2020년 매출 25조원의 세계 5대 물류기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M&A가 필수적이라는 데 이유가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중국 최대 냉동물류회사인 롱칭물류 인수 본입찰에 참여해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롱칭물류는 베이징, 광저우, 청두, 시안, 선양 등 중국 주요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냉동탑차 400여대를 비롯해 1200여대의 운송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 외에도 가전회사인 하이얼과 중국 물류회사 여러 곳이 본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은 지난 20일 “롱칭물류(ROKIN)의 인수를 추진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해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CJ대한통운의 물류업체 인수전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싱가포르 APL, 대우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 등 시장에 나오는 매물마다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CJ대한통운은 북미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60개국에 거점을 갖춘 APL로지스틱스를 인수해 국제 물류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려고 했지만 약 1조3500억원을 써 낸 일본 킨테츠월드익스프레스(KWE)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한 차례 실패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위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달 국내 3위 물류업체인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당초 대우로지스틱스는 동부익스프레스 보다 세 달 가량 먼저 매각 작업에 나섰지만 매각과정에서 규모가 더 큰 동부익스프레스가 매물로 나오자 본입찰 서류 접수 일정을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이 완료된 후로 연기했다. 대우로지스틱스는 포스코의 철강 해상운송을 담당하고 있어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함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본입찰은 현재 진행 중인 실사가 완료된 후 내달 초 진행될 예정이다. 예비입찰을 마감한 결과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한국타이어, 동원 10곳의 투자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CJ대한통운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 현재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3자물류 부문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익스프레스의 경우 터미널, 항만 등 대형 물류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만 주로 매출비중이 내수에 치우쳐 있어 해외 네트워크망은 약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의 물류기업 M&A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그룹인 CJ그룹이 물류업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고, 과거 대한통운 인수 합병으로 택배업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1월 1조7878억원에 대한통운을 인수한 CJ그룹은 2013년 4월 CJ GLS와 합병해 CJ대한통운을 탄생시켰다. CJ대한통운은 1년여의 안정화 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택배 부문에서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의 매출액은 20.2%, 영업이익은 160.3% 증가했다.
다만 그룹 총수인 이재현 회장이 자리를 비우고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전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3년 미국 물류회사 UTI월드와이드 인수전과 올 초 싱가포르 APL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데에는 총수 부재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데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본사와 택배 배송 차량. 사진/CJ대한통운.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