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왕 뒷돈' 판사 "돈 받은 건 잘못된 행동"

최 전 판사 "사건 개입한 사실은 없다"
검찰 "1심 판단 유지해 달라"

입력 : 2015-08-21 오후 5:44:19
'명동 사채왕' 최모(61·수감중)씨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민호(43) 전 판사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금품 수수 행위는 변명의 여지없이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최씨 사건에 개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최재형) 심리로 21일 열린 최 전 판사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최 전 판사의 변호인 측은 "법관이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겸허히 인정했지만 법관이라서 일반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을 받아선 안 될 일"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전 판사의 변호인은 또 "최 전 판사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아내와 함께 평소 열악한 환경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면서 "최씨로부터 받은 돈 중에서 1억원 이상을 선교사들에게 주거나 익명으로 헌금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푸른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최 전 판사는 "처신을 잘못해서 벌을 선다"면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반성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검찰은 이날 "최 전 판사의 죄책은 무겁다"면서도 "사채업자 최씨의 계획적이고도 의도적인 접근을 고려한다면 최 전 판사의 금품 수수의 불법성도 죄가 중하지만 뇌물 공여자인 최씨의 상대적인 불법성도 매우 크다"며 원심 형량을 유지해달라고 최종의견을 제시했다.
 
형사소송법 제368조 불이익변경 금지에 따라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 대해선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최 전 판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앞서 최 전 판사는 지난 2011년 12월 최씨의 마약소지 혐의 사건 무마 명목으로 현금 1억원을 받는 등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2억 6864만원 상당을 최씨로부터 받아 챙겼다.
 
또 최씨 측에 3억원을 빌린 뒤, 이 중 1억5000만원에 대해선 이자를 주지 않거나, 나중에 이 돈을 되갚은 뒤에는 최씨에게 직접 현금을 요구해 1억5000만원을 수수하기도 했다.
 
검사로 근무하다 지난 2008년 12월 판사에 임용된 최 전 판사는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가 수사 중인 최씨 마약소지 사건에 대해 사건처리 의견을 묻기도 했다.
 
판사 임용 뒤에는 최씨에게 사건 기록을 건네 받은 뒤, 이를 검토해주기도 했다.
 
2008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받던 최씨는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마약소지 혐의로 추가 수사를 받게 됐다. 그는 같은 해 8월 보석 석방되자, 마약 사건 무마를 위해 청탁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동향 출신은 동향 출신이던 최 전 판사의 삼촌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뒤, 최 전 판사를 소개 받고 사건을 청탁했다.
 
수원지법에서 현직으로 일하던 최 전 판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1월 사직서를 냈고 대법원이 첫 재판 전에 사직서를 수리하면서 민간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 5월 1심은 최 전 판사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2억6864만원을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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