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방안…오히려 가계 재무상황 악화

원리금 상환부담 가중…경기부진·차입제한 등 우려

입력 : 2015-08-23 오후 12:00:00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이 은행의 리스크관리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가계의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정책은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감 상승으로 인한 시중금리 상승, 경기 부진 지속, 차입 제한 등으로 가계의 재무상황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전 연구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의 내용은 고정금리·분할상환 위주의 대출구조 유도, 상환능력 심사 강화와 풍선효과 억제를 위한 제2금융권 대출 관리"라며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유도하는 이유는 이자만 납입하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로 인한 가계부실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분할상환 대출이 증가할 경우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또한 풍선효과 억제를 위해 제2금융권의 대출을 억제하는 방안은 가계의 차입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160.3%로 스페인 130.5%, 포루투갈 140.6%, 그리스 112.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는 점은 가계의 지출 여력에 비해 부채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 상승 등 외부 충격에 대한 가계의 재무적 취약성(financial vulnerability)이 높다는 의미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2012년 11월과 2014년 8월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이후 증가세가 더욱 확대됐다.
 
문제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중금리 상승은 국내 가계의 부채 상환부담을 가중시켜 재무적 취약성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상환능력 심사 강화와 거치기간 단축 및 분할상환 유도 정책은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건전성 제고에는 긍정적이나 가계의 원리금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경기가 악화될 경우 은행의 대출 회수·축소가 경기 악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경기순응성 현상과 유사한 결과를 보일 수 있다.
 
그는 "국내 경기가 회복하는 상황에서는 이번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재무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제2금융권의 대출을 억제할 경우 차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가계의 신용경색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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