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귀신과 사랑을 접목시킨 tvN 금토드라마 <오나의귀신님>(<오나귀>)가 마지막까지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막을 내렸다.
귀신이 사람에 빙의한다는 설정이 핵심인 <오나귀>는 로맨스에서 스릴러에 이르는 장르 변화, 속도감 있는 전개, 입에 달라붙는 대사 등 다방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 22일 마지막 방송은 시청률 7.9%(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미생> 마지막 방송이 8.2%인 것을 감안하면 케이블 드라마로서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 드라마의 최고의 장점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꼽힌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다. 나봉선과 신순애가 빙의한 나봉선 등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한 박보영과 중심 축을 잡아준 조정석을 비롯해 김슬기, 임주환, 신혜선, 강기영, 곽시양, 박정아, 신은경 등 출연한 배우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박보영. 사진/tvN
◇대체자가 떠오르지 않았던 박보영
<오나귀>에서 박보영이 맡은 역할은 심신이 나약해 귀신이 보이는 주방보조 나봉선이다. 늘 조급한 마음에 실수가 잦고 문장 하나도 완성하기 힘든 소심한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 그에게 느닷없이 귀신 신순애(김슬기 분)가 빙의했다. 신순애는 나봉선과는 정반대로 남자와의 잠자리를 노골적으로 밝히는 데다가 지나치게 활발한 말괄량이다.
박보영은 답답하고 소심한 나봉선과 신순애가 빙의한 말괄량이 나봉선의 이중적인 모습을 완벽히 연기했다. 감정의 폭이 넓은 1인2역을 전혀 어색함 없이 소화했다. 말투부터 표정, 남자들과의 스킨십에서의 리액션, 걸음걸이와 몸짓을 비롯해, 김슬기의 특이한 억양까지 똑같이 연기했다. 후반부에는 정신적으로도 성장한 나봉선까지 매끄럽게 표현했다. 대중은 이를 두고 '신들린 연기'라고 칭찬했다.
케이블 드라마 최고 몸값으로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박보영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제 역할을 다했으며, 눈웃음이 섞인 애교로 뭇남성들의 마음을 홀렸다. 박보영이 아니었더라면 누가 이 역할을 이토록 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대체 불가능했다.
조정석. 사진/tvN
◇납득이는 잊어라, 허세 강셰프 조정석
극중 나봉선이 흠모하는 셰프 강선우를 맡은 조정석도 훌륭한 연기로 작품을 이끌었다. 허세가 가득한 강선우 셰프로 나선 그는 나봉선의 독특한 설정에 현실감을 실어주는 연기로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박보영이 연기한 나봉선이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정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조정석은 다소 다혈질인 강선우를 통해 카리스마를 선보일 때는 강렬한 눈빛으로 분위기를 제압했고, 나봉선과 사랑을 나눌 때는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앞서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로 나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음에도 납득이를 넘어설 만한 캐릭터를 얻지 못했던 그는 <오나귀>의 강선우로 자신을 대변할 만한 훌륭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김슬기(위), 임주환. 사진/tvN
◇주연만큼 깊은 존재감, 김슬기·임주환
tvN <SNL 코리아>에서 다소 오버스러운 연기로 얼굴을 알린 김슬기는 영화 <수상한 그녀>, <국제시장>, 드라마 <잉여공주>, <연애의 발견>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 거듭났다.
그간 비중이 적은 역할로 나섰던 그는 <오나귀>에서만큼은 뚜렷한 존재감을 남겼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효심 가득한 딸 신순애를 통해 발랄한 모습으로 극의 활기를 더했다. 극 후반부에는 진지하면서도 감정적인 연기로 자신의 연기 폭을 넓혔다.
작품에서 유일한 악역을 맡은 임주환은 그 누구보다도 선한 인상으로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다가도 화가 나거나 자신의 실체를 알아채는 사람은 잔혹하게 죽여버리는 이중성을 가진 최성재를 맡아 열연했다.
특히 분노했을 때의 섬뜩한 연기는 로맨틱 드라마인 <오나귀>가 스릴러 장르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데 기여했다. <오나귀>가 발견한 연기파 배우라는 평가다.
최지웅-김슬기-곽시양-강기영-최민철(왼쪽부터). 사진/tvN
◇강기영·최민철·곽시양·최지웅, 주방의 '포맨'
강기영과 최민철, 곽시양, 최지웅은 이 드라마가 발견한 네 명의 신예 연기자다. 강선우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나선 네 사람은 코믹한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특히 수 쉐프 허민수 역을 맡은 강기영은 특유의 익살스러운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 머릿 속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짓궂은 농담을 하고 다소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감가는 캐릭터라는 부분은 놓치지 않았다. 과도한 설정마저 자연스럽게 표현해 미운 짓을 골라서 함에도 어딘가 인간적이라는 느낌을 빼놓지 않고 전달했다.
그와 함께 유쾌한 장면을 만든 오의식 역의 최지웅은 전라도 사투리 연기를 완벽히 구사했으며, 동철 역의 최민철도 푸근한 형님으로서 안정된 연기를 보였다. 곽시양은 미남 쉐프보조 서준으로 나서 인간적이고 멋진 훈남 오빠의 모습으로 또 하나의 스타탄생을 알렸다.
이정은. 사진/tvN
◇신혜선·이정은·이학주까지 놓칠 수 없는 조연
최성재의 부인이자 강선우의 동생 강은희로 분한 신혜선은 아픔을 담고 있는 선한 이미지의 여성을 훌륭히 소화했다. 뺑소니 사고로 인해 때문에 다리를 잃었음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강은희는 남에 대한 배려심도 깊다. 신혜선은 이러한 강은희의 매력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하얀 피부에 보조개가 담긴 웃음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연기는 그가 스타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주기 충분했다.
소위 '영빨'이 기막힌 점쟁이로 나선 이정은은 우악스러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강선우의 엄마 역의 신은경과 함께 뛰어난 호흡을 펼쳐 작품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특히 후반부 신순애가 빙의한 대목에서의 연기는 놀라움을 자아냈다.
신순애의 동생 신경모로 분한 이학주 역시 기대주로 손색 없는 연기를 펼쳤다. 신봉선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는 부분부터 이미 신봉선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강선우에게 "행복해라"라고 대사를 던진 부분 등 다양한 장면에서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수 많은 배우 모두가 주어진 역할을 톡톡히 소화한 덕에 <오나귀>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연일 화제를 낳으며 사랑을 받았다. 이 드라마의 후속작은 <처용2>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