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입증가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력적인 통상 대응, KS, 안전 등 기술방벽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철강협회는 25일 오후 서울 대치동 소재 포스코센터에서 제39회 철강 산업 발전 포럼을 개최했다.
신현곤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수입 대응 철강 산업 생태계 협력’이라는 발표를 통해 “국내 철강업계는 공급과잉과 수입증가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며 “철강업만이 아니라 제조업 전체 시각에서 중장기적인 산업 정책 수립이 필요하며, 일본과 중국의 경우처럼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 상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은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3대 철강 수입국이자 중국산 철강재의 최대 수입국이다. 내수 대비 수입 비율은 4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냉연강판, 아연도강판 등 국내 철강기업들의 전략 품목마저 중국산의 수입이 급증하는 추세다. 냉연제품의 경우 지난해 76만톤이 수입돼 전체 수입량의 72%를 차지했고, 아연도금은 105만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82%를 넘어섰다.
함량 미달 수입재로 인한 안전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폭발사고나 지난해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이 대표적인 부적합 철강재 사용으로 인한 안전사고로 꼽힌다.
이에 따라 신 상무는 “국내 시장 보호와 산업 생태계 차원의 강건화 대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하며 중·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완화를 위해 무역구제조치, 기술 장벽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입재에 대한 1차 저지선으로 세계 각국은 국경장벽 활용을 확대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수출 위주의 정책으로 수입대책에는 매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수입재에 대해 기술적 기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도 주문했다.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는 자국 공공발주 물량에는 자국산 자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자국산 우선 구매제도(Buy National)’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은 이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한국의 경우 KS 인증 혹은 품질시험을 통과한 경우 국적 제한 없이 철강재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자국산 사용을 장려하는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장기 성장성과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자국 종합상사 중심의 유통 역할을 강화해 자국산 철강재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저원가 중심의 구매 문화와 중소 수입상 난립으로 저가 수입재 사용이 늘고 있다.
정부의 중장기적인 산업 정책 수립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일본은 2000년대 말부터 민관합동으로 철강업 경쟁력 강화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중국도 ‘제조 2025 규획’을 통해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39회 철강산업발전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